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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보는 세상] 별 마을에서도 아이들은 놀고 싶어

중앙일보

입력

우주 비행사 라울 타팽
제라르 몽콩블 글, 프레데리크 피요 그림, 양진희 옮김
교학사, 22쪽, 8000원

토드 선장과 우주 해적
제인 욜런 글,브루스 데근 그림, 박향주 옮김
시공주니어, 64쪽, 4000원

은하 철도의 밤
미야자와 겐지 지음, 이선희 옮김
바다, 128쪽, 7000원

우주와 별 -행성과 인공위성
수 벡레이크 지음, 과학세대 옮김
한길사, 64쪽, 1만원

우리 인간은 자신이 바라던 바가 이뤄질 때 곧잘 ‘꿈이 이루어졌다’는 말을 한다. 그러다 보니 지난 2002년 월드컵 축구 대회 때 우리 나라 응원단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장 속의 ‘꿈’ 자 옆에 별 모양까지 그려 넣으면서 우리 선수들이 국민들의 바람을 이뤄주길 바랐다. 그렇다. 별은 우리 인간에게 꿈이다. 수많은 시인들이 별을 그토록 많이 노래한 것도 별은 바로 인간의 꿈을 상징하는 것이라서 그랬다. 멀리 있어 가볼 수 없는 곳, 멀리 있어 잘 알 수 없는 것이 별이다. 그러기에 별은 늘 신비스러운 존재로 여겨진다.

별을 보고 늘 군사 작전을 펼치는 『삼국지』의 제갈량은 자신이 죽게 되자 별에게 자기 목숨을 빌기도 한다. 『삼국지』엔 별이 희미하면 어느 장수의 목숨이 다하는 걸로 그려지고, 별이 떨어지면 장수가 죽은 걸로 그려진다. 이렇듯 옛 사람들에게 별은 인간의 운명과도 직접 연결되는 존재였다.

이제 인간은 그 별에 직접 가 보고 싶어한다. 별에 가 보고 싶은 건 인간의 오랜 ‘꿈’이기도 하다. 그래서 인공위성을 띄우고 우주선을 띄우며 별 나라의 문이 열리기를 바란다. 그러나 별 나라의 문은 쉽사리 열리지 않는다.

우주선을 타고 직접 가보지 못하면 이야기 속에서라도 별에 가는 그 꿈을 이루고 싶은 게 인간이다. 아이들이라고 우주 여행을 마다할 리 없다. 다만 아이들이 생각하는 우주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우주보다 훨씬 더 아기자기하고 비밀스럽다. 어른들은 ‘과학적 근거’라는 것에 붙들려 상상력이 제한되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선입견이 없다. 아이들에게 우주는 끝없이 열린 상상력의 바다다. 최근에 스티븐 호킹이 블랙 홀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뒤집는 걸 보고 과학적 근거라는 것도 별로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걸 알았지만.

『우주 비행사 라울 타팽』은 아직 학교 들어가기 전의 아이들이 머릿속에 그릴 만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 있는 그림책이다. 유명한 우주 비행사 라울 타팽은 지구와 달을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돌고 탐험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임무 하나가 주어진다. B4라는 은하계를 아래서부터 맨 위까지 샅샅이 찾아가 평화의 편지를 전하는 임무다. 마침내 라울 타팽은 우주의 구석구석을 돌아 임무를 훌륭하게 마치고 돌아온다. 아, 그런데 라울 타팽이 돌고 온 우주는 8층짜리 아파트였다. 평화의 편지는 아파트 관리인인 엄마가 아파트 주민에게 보내는 편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각 방의 환경과 주민의 모습이 마치 행성을 방문했을 때처럼 그려져 있다. 놀라운 상상력이다.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비밀을 찾아가며 읽어야 한다. 엉뚱하고 유쾌하게 뒤집어지는, 추리 소설 같은 이야기 속에 아이들은 우주와 관련된 상상력을 마음껏 내뿜으리라.

『토드 선장과 우주 해적』은 저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하다. 무엇보다도 글이 재치 있고 그림이 익살맞다. 토드 선장은 한번도 가 본 적이 없는 우주로 우주선을 몰고 간다. 그들이 부여받은 임무는 이렇다. ‘새 행성을 찾아라!’ ‘은하계를 탐험하라!’ ‘지구의 한 줌 흙을 외계로 가져가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지루해서 여러 가지 놀이를 하는데 갑자기 경보기가 울리며 우주 해적선이 다가온다. 상황은 심각한데 이야기는 심각하지 않다. 과연 토드 선장과 대원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지!

『은하철도의 밤』은 고학년 아이들이 읽을 만하다. 인기가 높았던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의 원작이다. ‘은하 철도의 밤’은 어린 소년이 꿈 속에서 은하계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쓴 미야자와 겐지는 37세로 일찍 죽었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많은 사람이 여러 번 고쳐 쓰곤 했다. 그만큼 새로운 이야기로 거듭 날 요소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와 별에 대해서 좀 더 실제적인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학년에 상관없이 『우주와 별 -행성과 인공위성』을 보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밤 하늘을 관찰하더라도 별자리를 익혀 가며 하게 되고, 우주 비행을 하더라도 상상력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이 어떤 게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우주복이랄지,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별은 어떻게 탄생하고 죽는지 등을 세밀한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물론 이 책의 구체적인 지식 때문에 우주와 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아이들의 ‘꿈 같은’상상력이 줄어들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구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아이들은 상상력의 폭을 더욱 넓힐 것이다. 아는 게 늘었다고 해서 꿈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달에 사람이 갔다 왔다고 해서, 달에 대해 아는 것이 늘었다고 해서 인간의 가슴 속에서 달이 사라진 건 아니지 않은가!

이야기는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상상력은 구체적인 현상을 잘 살핌으로써 그 폭이 훨씬 넓어진다.

박상률(시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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