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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실용] 운은 오는 걸까, 만드는 걸까

중앙일보

입력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
사이토 히토리 지음, 노은주 옮김
나무 한그루, 212쪽, 1만원

바보들은 운이 와도 잡을 줄 모른다
하이브로 무사시 지음, 오희옥 옮김
명진출판, 192쪽, 9000원

운, 인생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 최기철 옮김
미래의 창, 309쪽, 1만1000원

아마도 출판사들은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대박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코드 하나를 읽어냈는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이 기꺼이 기주와 태영의 이야기에 빠져들며 백마 탄 왕자의 꿈과 운(運)에 기대려 하는 대중심리 말이다. 미국에서도 대공황 시대에 많은 이들이 뮤지컬 무대의 환상에 열광했다던가? 그 점에서 운에 초점을 맞춘 편한 읽을거리의 실용서 행렬은 그 자체로 이채롭다.

우선 『바보들은 운이 와도 잡을 줄 모른다』. 이 책에 이런 대목이 보인다. 1979년 미국 하버드 MBA 과정 새내기들에게 물었다. “졸업 후 무엇을 할 것인가?” 여름 휴가를 멋지게 즐기는 삶이 꿈이라며 얼버무린 학생들이 84%였다. 13%는 목표는 있다고 밝혔지만 그걸 명시하지는 않았다. 반면 3%만이 뚜렷한 목표와 계획을 적었다. 10년 뒤 이들을 다시 인터뷰한 결과가 놀랍다. 목표가 있다던 13%는 꿈이 없었던 84% 학생들에 비해 수입이 2배였다.

놀라워라. 뚜렷한 목표를 적었던 3% 학생들의 수입은 무려 10배였다. ‘당신 안에 잠들어 있는 운을 깨우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다 아는, 그러나 새길수록 말이 되는 깨우침을 주는 격언을 주로 들려준다. 반면 『운 좋은 놈이 성공한다』의 메시지는 또 다르다. 자기확신과 구체적 행동력을 갖고 운을 붙잡으라고 권유하는 앞의 책과 달리 ‘즐기면서 성공하는 법’을 들려준다.

당장 “즐기면서 성공하라니…. 누군 몰라서 이렇게 살아?”하는 말이 입가에 맴돌겠지만, 이 책의 저자 자체가 스타이자 엄청난 거부다. 사이토란 사람은 50대 중반의 일본인. 한데 그는 다이어트 식품 개발로 최근 10년새 줄곧 고액 납세자 10위에 든 부자. 누계 납세액으로 일본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가 권유하는 삶의 노하우는 역설적인 것이 특징인데 ‘여행지에서 밟은 개똥은 잊어라’ ‘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영웅이 된다’ ‘주지 않은 자는 빼앗긴다’는 식의 격언을 들려준다. 즉 나쁜 기억에 매달리지 않고 즐거운 일에 초점을 맞추면 즐거움과 돈이 한꺼번에 들어온다는 메시지다.

『운, 인생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힘』은 미국인 저자가 쓴 ‘통계로 본 운수학 개론’. 구체성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또 적지않은 일본 번역서들이 책의 뼈대가 허술하고 문장 역시 풀어졌다는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탄탄한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

운이 좋은 사람들과 그들의 연속적인 행운에 얽힌 사례, 그들이 보이는 행동과 습관, 확률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으로 돈을 긁어 모으는 도박사들에 대한 분석…. 안정된 문장과 함께 전개되는 운수의 드라마들은 장난이 아니다. 무엇보다 재미있다. 로또 복권에 돈벼락을 맞는 한국인들과 같이 직관의 소리를 듣고 꿈을 해몽하며 운수를 맞아들이는 미국 사람들의 사례도 우리와 너무 닮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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