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 '컴'가게 연 이승기.종원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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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서울광진구구의동 테크노마트 7층 3평반짜리 공간에서 아버지 이승기 (李勝基.55) 씨와 함께 컴퓨터 판매.수리점 '지컴지기' 를 운영하는 종원 (鍾源.27) 씨의 하루 일과는 고객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지수 누님, 저 테크노마트 동생이에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난번에 컴퓨터 고장났다고 연락하신 후에 통 소식이 없어서 혹시나 또 문제는 없는지 걱정돼서 편지 쓰는 거예요…. "

오전 9시 출근. 오후 8시까지 컴퓨터 판매 및 상담. 자정까지 고객들의 집을 돌며 컴퓨터 수리하고 귀가 후 고객들에게 E메일을 보내고 나면 새벽 1시. 아버지 李씨도 기존 고객을 방문해 제품을 홍보하고 새로운 고객을 발굴하는 것은 물론 아들이 감당하기 힘든 큰 규모의 계약을 꼼꼼히 따져보느라 쉴 틈이 없다.

물건 하나 더 팔기보다는 고객들과 거리를 줄이는 데 주력, 7백여명의 단골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이 부자 (父子) 컴퓨터가게는 개업한 지 불과 1년여밖에 안된 업계 '초년생' . 지난해 4월 대유공전 (현 동서울대학) 전산학과를 졸업한 아들 李씨가 친구들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업체를 차리려다 사회생활의 첫 실패를 맛봤던 것이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됐다.

당시 서울 성동구청 주택과장이었던 아버지 李씨도 마침 공직사회 구조조정 분위기가 조성되던 때라 '조만간 명예퇴직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들에게 컴퓨터가게 동업을 제의했던 것.

의기투합한 이들은 아버지가 홍보.계약상담.자금지원을, 아들이 컴퓨터 제작.수리 등 실무를 맡기로 하고 '고객서비스의 차별화' 를 통해 수많은 컴퓨터가게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이들은 '비싼 물건보다는 고객에게 적합한 물건을' 이라는 원칙 아래 평시에도 컴퓨터 이상 여부를 묻고 새로 나온 시스템을 안내한다.

개인적인 안부까지 챙기는 E메일.우편.전화를 수시로 보내고 고객을 부르는 호칭도 어머님.누나.형님 등 친근한 용어를 사용한다.

종원씨는 고객 이름 1백여명, 전화번호 20여개 정도는 늘 외우고 있다.

李씨 부자는 "대학에 재학 중인 막내도 졸업 후엔 '동업' 할 뜻을 밝혀 3박자를 맞출 수년 후가 기대된다" 고 즐거워했다.

02 - 3424 - 7445.

배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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