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의 'DJ (金大中대통령) 흔들기' 가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잖아도 이번 일본 방문을 통해 뭔가를 보여 주려 했던 YS는 '페인트 테러사건' 에 격분, 입에 담기 어려운 험악한 단어와 내용들을 총동원해 DJ를 공격하는 중이다.
일본 방문 이틀째인 YS는 4일 기타큐슈 (北九州) 시 규슈국제대학에서 강연과 외신기자 회견을 잇따라 갖고 DJ를 거칠게 비난했다.
먼저 그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하라고 촉구했다.
"내각제를 하겠다고 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
DJ는 올해 말로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내각제 실천보다 DJ가 가장 꺼리는 내용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불이행 = 거짓말 정권' 이란 등식을 설정, DJ의 입지를 약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다.
설사 DJ가 내각제를 전격 수용한다 하더라도 나쁠 게 없다는 계산도 작용했는지 모른다.
YS로서는 내각제야말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서도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제도다.
"내가 언제 정계은퇴를 말한 적이 있느냐" 며 정치개입 의사를 분명히 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수행한 김광일 (金光一) 전 비서실장은 기자들에게 "金전대통령에게 내각제 개헌에 적극 참여할 것인지, 야당의 참여를 유도할 것인지, 또 내각제 관철을 위해 정치세력화를 할 것인지 물었더니 '지금은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다음에 적절한 단계에서 얘기하겠다' 고 하더라" 고 전했다.
YS는 자신의 입지 약화와 정치재개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환란부분에 대해서도 DJ 책임론을 제기하며 걸고 나섰다.
그는 "당시 야당과 사회 일각의 반대로 기아자동차 처리, 한은법.노동법 개정이 좌절됐고 그 여파로 외환위기를 맞게 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야당 총재였던 DJ에게 책임이 없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강경식 (姜慶植).김인호 (金仁浩) 씨의 구속과 자신에 대한 재판을 "정치보복" 이라고 힐난했다.
DJ 공동책임론으로 자신의 입지와 활동반경은 넓히면서 한편으론 IMF 해결사로 나선 DJ에게 타격을 주려는 속셈이다.
어쩌면 '명예회복' 을 강조해온 YS로선 가장 하고 싶은 부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출국 전 김포공항에서 당한 '페인트 테러사건' , 3.30 재.보선 선거부정, 옷 로비 의혹 사건 등을 열거하며 "썩은 정권" 이라고 매도했다.
도덕성에 치명상을 안기려는 의도가 분명하다.
YS에게선 6.3 재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에 일격을 가하고, 향후 요동치는 정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지가 물씬 배어나온다.
기타큐슈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