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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페인트 봉변… 일본서 '내각제 실시'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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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 위해 3일 김포공항에서 출국 중 페인트 세례를 받는 봉변을 당했다.

金전대통령은 오전 10시45분쯤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 귀빈주차장에 도착, 환송객 1백여명과 인사를 나누던 중 환송객을 가장한 박의정 (朴義鼎.71.미국 거주) 씨의 붉은색 페인트를 집어넣은 달걀 1개를 맞았다.

머리와 양복에 페인트를 뒤집어 쓴 金전대통령은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가 양복을 갈아입고 치료를 받은 뒤 이날 오후 4시40분 JAL기 편으로 출국했다.

정계 진출이 좌절된 이후 지난 수년간 반YS 활동을 해온 朴씨는 현장에 뿌린 유인물에서 "나라를 망친 자가 할복자결을 해도 속죄할 길이 없거늘 어불성설의 망발로 통치권에 도전하는 것에 격분을 금할 길이 없다" 고 주장했다.

경찰은 朴씨에 대해 폭행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金전대통령은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김대중정권의 계획적이고 야만적인 살인행위" 라고 정부를 거칠게 비판했다.

한편 일본에 도착한 金전대통령은 "내각제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 두사람간 약속이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약속이므로 지켜져야 한다" 며 연내 내각제 개헌을 촉구했다.

대통령 퇴임 후 처음으로 외국 방문길에 나선 金전대통령은 첫 방문지인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에서 수행 기자들에게 "올해말이면 정치적으로 金대통령의 임기는 끝나는 것이며 이는 엄청난 의미를 가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기타큐슈 = 이정민 기자

[환송객과 섞여있다 얼굴 기습]

퇴임후 첫 외국 방문길에 나섰다가 호된 봉변을 당한 김영삼 (金泳三.YS) 전 대통령은 뒤늦은 비행기편으로 일본에 도착한 뒤 정부에 대한 분노를 토해냈다.

현 정권을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해온 그는 이번엔 연내 내각제 개헌을 촉구하며 'DJ (金大中대통령) 흔들기' 에 나섰다.

미리 유인물까지 준비, 배포한 YS는 자신이 정계은퇴를 말한 적이 없다는 말로 정치에 적극 개입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3일 저녁 일본 기타큐슈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말 DJ 임기만료' 를 주장하는 등 金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썩은 것은 국민에게 알려 도려내야 한다" "이 정권은 굶주린 이리떼처럼 가장 빠른 속도로 부패하고 타락한 정권" 이라는 등 독설은 계속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 정치재개를 할 것인가, 신당 창당을 하는 것인가.

"내가 대통령을 그만뒀지, 언제 정계 은퇴를 한마디라도 말한 적 있느냐. 대통령에 다시 나서는 일도, 국회의원을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한 불의를 보고 참지는 않겠다. 나마저 침묵을 지킨다면 죄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연내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뜻인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국민의 지지가 내각제보다 대통령제가 높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라는 여론이 60%가 훨씬 넘는다. 올해안에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 테러사건에 대해 DJ정권을 살인정권으로 규정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단순한 페인트가 아니다. 특수 제작된 페인트다. 내 옷과 주변 사람들 옷을 증거물로 보관하고 있다. 3시간 이상 눈을 못뜨고 얼굴이 조여오는 고통 때문에 견딜 수 없었다. 두 눈을 잃을 뻔했다. 이는 살인적 행위다. 나를 봉사로 만들어 버리려는 것이다. 김대중 독재자는 최후의 무덤을 팠다. 살인적.계획적 테러로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만행을 저질렀다."

○…3일 金전대통령이 당한 페인트 봉변은 기습적으로 일어났다.

金전대통령이 일본 방문길에 나서기 위해 김포공항 국제선 2청사에 도착한 것은 오전 10시45분. YS는 귀빈실로 가는 공항 로비로 들어가기 전 '김영삼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등 현수막을 들고 "김영삼" 을 외치는 1백여 지지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YS가 이들과 악수하며 중간쯤 지나갈 때, 지지자 대열에 서있던 박의정 (朴義鼎.71) 씨가 다가오는 YS를 향해 페인트를 집어넣은 달걀을 던졌다.

朴씨와 YS의 거리는 2m 정도. 달걀은 YS 왼쪽 눈위에서 깨지면서 얼굴과 양복 위로 빨간색 페인트가 쏟아졌다.

경호원들은 양복 상의로 YS 머리부분을 감싸고 승용차 안으로 들어갔다.

핏빛 페인트가 사방으로 튀자 로비에 도열해 서있던 한나라당의 민주계 의원 20여명은 깜짝 놀라 뛰어왔다.

기타큐슈 = 이정민 기자, 서승욱 기자

[박의정씨는 누구인가]

박의정 (朴義鼎.71) 씨는 평양에서 태어나 고대 재학시절 4.19에도 참가했다.

민주당 집권시절 장면 (張勉) 총리 민정비서도 지냈다. 5.16후 한일회담 반대투쟁을 벌여 투옥된 일도 있다.

74년 미국에 건너가 자영업으로 성공한 뒤에도 한국정치에 끊임없는 관심을 보여왔다.

90년에는 민자당에 입당했으나 전국구 명단에서 빠지자 김영삼 (金泳三) 정권 실정규탄 성명 발표 등 YS비판활동을 꾸준히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94년 민주당 주최 서울역 집회에서 미국대표로 김영삼정권 퇴진 시국선언문을 읽었다.

국내에 빈번한 출입을 해온 그는 지난달 4일 서울에 들어왔는데 강서경찰서 조사 과정에서 "YS의 일본행을 막기 위해 들어왔으며, 이번 일은 단독으로 구상.결행했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찰서에 연행되자마자 용팔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이택희 (李宅熙.변호사)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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