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작곡가'로 서울에 온 美활동 작곡가 나효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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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전통음악의 숨결이 깃든 창작음악을 쓰고 싶어요.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만남도 음악의 밑바탕에 흐르는 혼 (魂) 이 매개가 돼야 합니다. "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작곡가 나효신 (羅曉信.39) 씨가 6월부터 두달간 국립국악원과 부암아트홀의 '상주 (常住) 작곡가' 로 초청받아 서울에 왔다.

국내 체류 중 음악가의 생활비 전액을 부담하면서 작곡에만 전념하게 하는 상주작곡가 제도는 외국에서는 대학이나 시 (市)에서 창작음악 지원을 위한 방법으로 보편화돼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羅씨는 낮에는 국악원에서 전통 악기를 배우고 저녁에는 부암아트홀내 작업실에서 작곡에 몰두하면서 쓴 작품을 내년께 초연할 예정.

목관5중주와 가야금을 위한 곡은 상여소리를, 피아노. 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 비올라. 첼로. 타악기를 위한 작품은 무속음악의 장단을 원용한 작품들.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리는 '목요상설 공연' 은 羅씨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는 기회. 가야금. 대금. 장구. 클라리넷. 비올라. 첼로를 위한 '지장불공Ⅱ' (세계초연) 와 함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만가 (輓歌)' 등을 들려준다.

특강을 통해서는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실내앙상블인 크로노스 4중주단이 지난해 羅씨에게 위촉해 세계 전역에서 연주하고 있는 현악4중주를 위한 '각설이 타령' 을 크로노스 4중주단의 녹음으로 소개하면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선보인다.

羅씨는 이화여대와 맨해튼 음대를 거쳐 콜로라도 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94년 대한민국 작곡상 수상에 이어 97년 하버드대 프롬음악재단으로부터 작품을 위촉받았다.

글 =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 =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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