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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도약의 발판 APEC박람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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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구상에는 매년 2백회 이상의 국제적인 상품박람회.과학박람회.무역박람회가 열린다.

그러나 6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APEC 투자 박람회 (the APEC Investment Mart 1999) 는 해외투자를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 최초의 행사다.

수많은 나라에서 경제발전의 수단으로서 무역보다 해외투자가 더 각광받는 오늘날 우리 경제에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투자박람회를 차질없이 진행하고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관부서인 산업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에 다음 몇 가지를 당부한다.

첫째, 이번 투자박람회에는 3천여명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투자 기회를 설명하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오는 21개국 대표 5백여명, 국내 기업인 1천여명, 그리고 해외에서 투자에 관심을 갖고 참가하는 1천5백여명의 투자가로 추산된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손님인 해외 투자가들은 사업으로 성공한 해외 한국교포, 외국의 벤처 자본가, 그리고 다국적기업의 해외투자 담당자 등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행사 목적인 아태경제협력체 (APEC) 지역으로의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 투자가 그룹을 개별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해외 한국교포는 주로 한국 내의 부동산이나 중소기업에 관심을 보일 것이고, 외국의 벤처 자본가는 한국을 비롯한 APEC 국가의 고위험 고수익 사업기회에 흥미를 가질 것이다.

반면 다국적기업의 해외투자 담당자들은 개별적인 사업기회보다 21개 APEC 회원국의 경제전망과 각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에 대한 자료수집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오는 참가자들에게 세심한 배려를 해 각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둘째, 며칠 동안 열리는 행사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번 투자박람회도 처음에는 관심도가 높았다가 끝 무렵에는 파장 분위기로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처음으로 APEC 투자박람회를 주최하게 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고 주최국으로서의 능력에도 흠집이 남게 될 것이다.

따라서 폐회식이 있는 마지막 날, 마지막 시간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고 홍보해 투자박람회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이번 투자박람회가 끝나는 6월 5일은 투자박람회가 종결되는 날이 아니라 투자박람회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이번 행사 중에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상에 개설되는 가상 박람회 (Cyber Mart) 다.

이미 APEC 투자박람회를 위해 구축된 가상 박람회에는 21개 투자유치국에서 내놓은 총 1천2백40개의 투자대상물에 대한 자료가 제공돼 온라인으로 해외투자에 관한 거래가 가능하게 돼 있다.

해외투자에 관한 가상 정보광장은 지금까지 어느 나라, 어떤 기관에서도 구축한 적이 없다.

한국 정부가 21개 APEC 회원국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해 가상 박람회를 최초로 구축하게 된 것은 실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정보를 투자박람회가 끝난다고 해서 버리면 안된다.

투자박람회 기간보다 오히려 박람회가 막을 내린 후 더 적극적으로 가상 투자박람회를 보완해 세계 각국의 투자가들이 어디보다 먼저 이곳을 찾도록 한다면 한국은 해외투자 활동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은 물론 해외투자의 정보화에서도 세계 최강국이 될 것이다.

조동성 서울대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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