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먹어야 '뇌'가 잘 움직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사는 하루 세끼가 원칙. 그러나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선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도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다.

하지만 아침 식사는 '선택' 이 아닌 '필수' 다.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김숙희 (金淑喜) 교수가 전국 초중고생 7천6백98명을 조사한 결과 아침식사를 규칙적으로 하는 학생은 초등학생 60%, 중학생 55.6%, 고등학생 58.2%.주로 '시간이 없어서' 아침을 못 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침을 거르면 손해가 막심하다.

아침식사와 학업 성취도.체력과 상관관계 조사에서 매일 아침식사를 하는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에 비해 학업이나 행동 문제.행동문제.불안.공격성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세대의대 내과 허갑범 (許甲範) 교수는 "우리 나라 식단은 소화가 잘되는 탄수화물 중심인데다 서양 사람에 비해 저녁식사 시간도 빠르고 양도 많지 않다" 며 "매끼 식사는 활동 에너지의 근본인 만큼 하루 세끼를 챙겨 먹어야 균형잡힌 활동을 할 수 있다" 고 들려준다.

탄수화물은 2~3시간, 단백질.지방은 4~5시간 정도 위에 머문다.

許교수는 "뇌세포는 포도당이 에너지공급원" 이라며 "아침을 거르게 되면 전날 저녁식사~다음날 점심까지 15~16시간 동안 영양공급이 안된 상태라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며 "기왕 하루 두 끼를 먹으려면 차라리 점심을 거르고 아침.저녁을 먹는 것이 낫다" 고 설명한다.

가장 이상적인 아침식사는 기상 후 체조.세수 등으로 30분 정도 몸을 가볍게 움직인 후 식사하는 것. 간단히 우유 한 잔.빵 1조각.치즈 1조각만 먹어도 아침에 필요한 칼로리를 충분히 보충할 수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때는 숙취 후 아침을 걸렀을 때. 술은 위장관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굶어도 속이 더부룩해 식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술 자체가 위점막 자극제다.

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김주성 (金株成) 교수는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엔 따뜻한 콩나물국.북어국으로 숙취를 해소 해야 한다" 며 "음주 다음날 아침 식사를 거르는 일이 반복되면 위가 헐기 마련" 이라고 들려준다.

가장 해로운 습관은 아침 기상을 담배 한 대로 시작하는 것. 金교수는 "과음.스트레스.과로.공복.담배 등의 위장에 해로운 요인들은 서로 상승 작용을 해 궤양 위험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고 강조한다.

아침을 거를 때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비만. 아침을 거르다보면 자연 간식이나 폭식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복감이 느껴져야 식사를 그만두게 되므로 위장이 점점 늘어나 먹는 양도 늘게 된다.

부득이 아침을 걸렀을 때는 간식으로 우유 1잔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

간밤에 늦게 잤지만 아침에 제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날은 아침에 우유.쥬스 등을 마시면 피로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간혹 아침을 제대로 먹었는데도 점심까지 배고픔을 참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 당뇨병 전조증상일 수 있으므로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황세희 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