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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았다하면 '대박' 개런티 천정부지 한석규의 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영화제작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로 한석규를 택한다. 그를 안쓰면 영화 흥행이 걱정되고, 결국엔 엄청난 개런티 때문에 속을 앓는다.

'쉬리' 를 비롯해 '8월의 크리스마스' '접속' '넘버3' '초록물고기' '은행나무침대' 등 모두 흥행에 성공한 그를 이제 관객들은 영화의 질을 보장하는 '보증수표' 처럼 여긴다. 제작자들에게는 흥행을 보장하는 특별한 '브랜드' 인 셈이다.

지금 영화계의 화제는 '쉬리' 이후 새 영화 '텔 미 섬딩' (장윤현 감독)에 출연하고 있는 그의 '몸값'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의 이번 출연 계약금은 3억원. 여기에다 40만명 (서울 기준) 이상 관객이 들 경우 1인당 3백원씩의 러닝개런티를 받기로 돼있다. 물론 이것은 국내 최고의 대우다.

이를 두고 "지나치게 높은 개런티가 영화의 경쟁력을 위협한다" 는 입장과 "그의 출연이 흥행을 보장하는 만큼 그의 상품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 는 목소리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먼저 높은 출연료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이들은 제작자그룹. 그들은 특히 " '쉬리' 때 도입한 러닝개런티가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는 커녕 오히려 부담만 늘려놓았다" 고 말한다.

한석규의 '쉬리' 출연계약금은 2억5천만원. 여기에다 45만명 이상의 관객 1명당 5백원을 받도록 계약해 그는 이미 7억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게 됐다.

흥행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본급을 낮춰 제작비를 줄이려 했다는 것이 제작사인 삼성영상사업단측의 설명. 그러나 제작자들은 기본급이라 부르는 2억5천만원이나 3억원이 영화계에선 이미 출연료로는 최대 한도에 육박한 수준이라는 것.

"애당초 제작비 부담을 줄여보겠다는 러닝개런티 도입의 의미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한 영화기획자는 "영화의 흥행을 보장하는 배우가 그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 이라며 "배우 개런티는 엄연한 자본주의 시장의 논리에 따라 책정된 것" 이라고 말했다.

다른 영화기획자 역시 "스타가 경쟁력을 위협하기보다는 오히려 영화시장을 발전시켜온 존재" 라며 "한석규 개런티가 높긴하지만 그만큼 흥행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한석규의 개런티는 이미 충무로의 다른 배우들의 몸값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타가 없으면 투자자는 투자를 꺼리고 극장은 개봉을 꺼리는 상황에서 몇 안되는 인기 영화배우들의 몸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한 영화사 기획실장은 "스타에 의존하는 영화만 있고 다른 중.저예산 영화가 발붙일 곳이 없는 유통 상황이 문제" 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또 "스타로 승부를 거는 대신 새로운 스타를 발굴해 내는 것이 제작자의 고민이 돼야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한석규는 단연 우리 영화계의 '스타' 임에 틀림없다. 좋은 시나리오를 고를줄 아는 안목과 집중력이 강한 연기가 그의 무기다.

프랑스 영화평론가 애드가 모랭은 그의 명저 '스타' (1957)에서 "스타시스템은 거대한 자본주의의 하나의 특수한 제도" 라고 말했다.

스타의 높은 출연료를 옹호한 영화기획자들은 그러나 할리우드 스타의 '영화사랑' 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할리우드의 스타들은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직접 제작에 참여하는가하면 무명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하는 것으로 새로운 전환을 마련한다. 우리는 그런 스타들을 가진 할리우드가 부러워보일 때도 있다. "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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