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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다문화 이해에 좋은 도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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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언어는 하나의 세계를 열어주는 열쇠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영어만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어 아쉽습니다. 다른 세계를 못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외대 철학연구소장인 윤성우(41·사진 오른쪽) 교수의 말이다. 21일부터 25일까지 ‘2009 인문주간’을 주관하는 윤 소장이 첫날 행사로 ‘프랑스어의 날’을 마련한 이유다. 학부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그의 이력도 있지만 다문화를 위한 토론의 장을 열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행사를 마련한 또 다른 주역인 최정화(54·왼쪽)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불과 주임교수도 맞장구를 쳤다. “문화의 진정한 다양성을 위해, 또 새삼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인문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절실한 때”라는 것이 최 교수의 설명이다.

두 교수는 “프랑스어가 새롭게 뜨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뒷받침할 근거로 최근 통계를 내놨다. “취업정보회사 인크루트에 따르면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프랑스어를 우대사항으로 넣는 기업의 수가 2006년 1217건에서 지난해에는 1만8705 건으로 약 14배가 늘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알제리를 비롯한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의 경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한국과의 경제협력이 늘어나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한국 인재를 원하는 곳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프랑스어에 대한 호재는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경제적 약진뿐 아니라 문화적 측면을 봐서도 프랑스어와 프랑스 문화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에게 철학을 주당 8시간까지 가르쳐 문화적 소양을 길러주는 나라가 프랑스입니다. 또 특유의 포용과 관용의 문화인 똘레랑스(tolérance) 문화는 어떻고요. 문화의 다양성을 흡수하기 위해 매우 좋은 도구가 프랑스어인 셈입니다.”

21일 한국외대 서울 이문동 캠퍼스에서 열릴 ‘프랑스어의 날’ 행사엔 엘리자베스 로랭 주한 프랑스대사를 비롯해 프랑스어권 나라들의 외교사절들이 대거 참석해 ‘프랑스어의 재발견’을 주제로 토론을 벌인다. 인문주간 행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후원하고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한다.

글·사진=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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