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미복벗고 화려한 원색으로…KBS교향악단 '복장파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KBS교향악단이 '정장을 벗는다' .무대에서 흑백 모노톤의 연미복 대신 원색 계통의 티셔츠를 입는다.

지휘자는 한술 더 떠서 화려한 응원단장 차림으로 지휘대에 오른다.

6월5일 오후 5시 KBS홀에서 열리는 '가족음악회' 에서 함신익 지휘의 KBS교향악단이 파트별로 복장을 지정해 화제를 모은 작곡가 그레고리 스미스 (42) 의 '오케스트라 올림픽 (The Orchestra Games) 을 국내 초연하는 것.

작곡자가 악보에 '지시' 한대로 현악기 주자는 노랑색, 목관악기는 파랑색, 금관악기는 빨강색 티셔츠를 입고 타악기 주자들은 심판 복장으로 등장한다.

또 음악평론가 한상우씨가 캐스터로 등장, '올림픽' 을 생중계한다.

"바이올린.클라리넷.트럼본이 마라톤을 벌이고 있군요. 저음 악기들은 림보춤을 추고. 현악기.목관악기.금관악기 중에서 누가 가장 빠를까요. 심판은 타악기의 몫…. 화려한 개막식과 폐막식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

27분짜리로 지난 95년 미국 카브릴로 음악제에서 초연된 '올림픽' 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이 스포츠 경기를 벌이는 것처럼 작곡해 각 악기의 특성을 설명하는 작품. 브리튼의 '청소년을 위한 관현악 입문' 과 더불어 보스턴심포니 등 미국의 유명 교향악단들이 앞다투어 연주해오면서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함신익씨는 지난해 자신이 이끄는 미국 그린베이 심포니에서 이 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날 공연의 전반부에서 KBS교향악단은 흰색 와이셔츠와 블라우스의 간편한 차림으로 '왕벌의 비행' '천둥과 번개 폴카' '아침 기분' 등 자연과 음악을 주제로 한 소품들을 들려준다.

02 - 781 - 2242.

KBS교향악단의 '복장 파괴' 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정기연주회에서는 남자 단원은 검정 연미복에 흰색 와이셔츠.나비 넥타이, 여자 단원은 흰색 블라우스, 검정 자켓과 바지를 입는다.

남녀 모두 검정 양말과 구두는 기본이다.

여름철 야외공연이나 팝스콘서트 등 가벼운 프로그램에서는 흰 양복에 긴 넥타이를 착용한다.

여성의 경우 요란한 귀걸이나 목걸이 차림은 금물. 정기연주회가 아닌 청소년 음악회 등 일반공연일 경우 남자는 검정 양복, 흰색 와이셔츠에 넥타이, 여성은 검정색 상.하의와 블라우스를 입는다.

서울시향은 여자단원이 검정 또는 흰색 블라우스에 바지 대신 검정 치마를 입는다.

물론 발목까지 덮는 긴 치마다.

수원시향은 모든 단원들이 연미복 대신 독특한 디자인의 검정 상의를 입는다.

윗도리의 한쪽 컬러가 안으로 향하는 옷이다.

합창단의 경우 진한 향수도 금물. 다른 단원들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로 검정이나 흰색으로 연주자의 복장을 통일하는 것은 음악회의 비일상성, 즉 종교적 의식 (儀式)에 버금가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한 것. 또 관객이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음악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도 지녔다.

하지만 바로 그 딱딱한 분위기 때문에 청소년을 위한 공연에서는 과감히 연미복을 벗어던지는 시도가 행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