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다른 노선 환자 치료 거부한 지하철 의무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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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볼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강서구청에서 강남을 가게 됐다.

영등포구청역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려는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멈칫거리는 한 아주머니를 보았다.

시간에 쫓겨 마음이 급했던 나는 뒤에서 기다리지 못하고 바로 옆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했다.

그러나 한 중간쯤 가다 "쿵" 소리에 놀라 돌아보니 아주머니인줄 알았던 사람은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로 에스컬레이터를 타다가 넘어지셨던 것이다.

급히 내려가 보니 얼굴이며 팔뚝이 온통 피투성이였다.

할머니를 부축해 겨우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와 역무원에게 도움을 청하자 에스컬레이터까지는 5호선 구간이라며 다시 내려가 5호선 의무실로 찾아가보라는 것이었다.

사람이 다쳤는데 구간을 따지느냐고 항의하자 그저 그쪽으로 모시고 가라는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노선간 사고책임 등 뒤처리 때문에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일 게다.

그러나 승객의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환자 치료.이송은 신속히 이뤄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관계자들의 반성이 있어야겠다.

조경미 <서울광진구중곡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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