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외생활 불편' 도심으로 인구 역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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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텅빈 도쿄 (東京) 도심으로 다시 사람들이 몰려오고 있다.

지가 (地價) 폭등을 피해 앞다퉈 교외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한동안 극심한 도심 공동화 (도너츠) 현상을 빚었던 도쿄에 도심으로 회귀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역 (逆) 도너츠 현상이다.

덕분에 도쿄 도심에는 맨션 건설 붐이 일고 도심부 인구도 증가세로 반전했다.

지난달 정년퇴직한 이와사키 도미오 (岩崎富男.60) 부부는 곧바로 지바 (千葉) 현의 전원 주택을 4천만엔 (약 4억원)에 팔고 같은 가격으로 시부야 (澁谷) 구 에비스 (惠比壽) 의 18평짜리 원룸 아파트로 옮겼다.

25년 만에 도심으로 다시 돌아오는 셈. 그는 왜 이사했느냐는 질문에 "자식들이 결혼하고 아내와 단둘이 집 청소도 힘에 부쳤다" 고 말했다.

병이 나면 자식들의 병구완도 기대할 수 없어 맨션을 아예 병원에서 가까운 쪽으로 골랐다.

도심 회귀족에는 젊은 부부와 직장여성들도 가세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 (新宿) 의 보험회사에 근무하는 고사카 모토코 (小坂素子 37) 는 독신 여사원. 출퇴근에 3시간이 걸리는 요코하마 (橫濱) 의 임대주택에서 올해 초 신주쿠 에도가와바시 (江戶川橋) 의 15평짜리 맨션으로 옮겼다.

그는 "출퇴근에 10분밖에 걸리지 않아 개인시간이 훨씬 많아졌다" 며 만족스러워 했다.

역 도너츠 현상에는 지가하락과 저금리가 큰 영향을 미쳤다.

도쿄 도심의 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지난 91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그래프 참조) .여기에다 제로에 가까운 초저금리도 도심 신축맨션 구입을 부채질하고 있다.

지바현 이치가와 (市川) 시의 아파트를 월 14만7천엔에 임차했던 맞벌이 부부 니시자와 (西澤.29)가족은 지난달 4천7백만엔을 들여 신주쿠 니시와세다 (西早稻田) 의 방 두개짜리 신축 아파트를 구입했다.

그는 "이자를 꼽아보니 차라리 아파트를 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고 말했다.

역 도너츠 물결에 힘입어 서울의 4대문 안에 해당하는 도쿄의 치요다 (千代田).주오 (中央).미나토 (港).신주쿠 (新宿).시부야.분쿄구 (文京區) 인구는 97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 지역 인구는 89년 1백만명을 웃돌다가 96년에는 88만명 이하로 떨어졌었다.

도심 회귀족이 선호하는 주거 양식은 전철역 부근의 아파트. JR야마노테 (山手) 선 오쓰카 (大塚) 역 부근에 세워진 지상 30층짜리 '스테이션 프론트 타워' 모델 룸에는 2천5백여명이 몰려들어 1차 분양분 90채가 순식간에 동났다.

로열층은 경쟁률이 90대1에 달했을 정도. 건설업체들도 회귀족의 입맛에 맞는 아파트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치요다구 구단미나미 (九段南)에 12층짜리 아파트를 짓고 있는 미쓰비시 (三菱) 부동산은 꼭대기 2개 층을 공유부분으로 개방해 전통적인 다다미방을 들이고, 잔디를 깐 실내 정원을 꾸며 파티까지 열 수 있도록 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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