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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부녀 카 레이서 강현택·강윤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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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를 도는 순간 자동차 한쪽 바퀴가 땅에서 떠오를 만큼 속도를 높이죠. 옆 선수들을 추월해 나갈 때는 꼭 시간이 멈춘 것 같아요."

"맞아. 그럴 때는 자동차 엔진 소리가 꼭 내 몸에서 울려오는 심장소리 같지. 역시 부전여전(父傳女傳)인가."

마주한 두 얼굴에 꼭 닮은 웃음이 번졌다. 카 레이싱팀 '타키온'의 강현택(44)단장과 강윤수(19)선수. 국내 최초의 카 레이서 부녀다.

대형 화물차를 운전하다 아찔한 스피드에 이끌려 1994년 레이서의 길로 들어선 강 단장은 지난해 BAT GT 대회에서 투어링A(배기량 1601~2000㏄급) 부문 종합우승을 차지한 베테랑이다.

취미로 카트(소형 경주용 차)를 타다 올해 프로 등급인 포뮬러 1800으로 올라온 강 선수는 "아버지의 데뷔전을 지켜 본 열살 때부터 레이서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딸이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프로 카 레이서가 되고싶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시적인 동경 때문이 아니라 정말 레이싱을 즐기기 때문이란 걸 알았으니까요. 기초만 가르쳤는데도 능숙하게 운전을 해낼 정도로 재능도 있어 가능성이 무한하다며 격려를 했지요."

"트랙 위에서는 딸이 아닌 선수로만 보고 엄하게 대한다"는 강 단장이지만 지난 3월 강 선수의 프로 데뷔전 때는 딸보다 더 긴장을 했었다. 연습시간이 부족해 다른 선수들과의 기록 차이가 크자 딸이 실망하지 않을까, 혹시 당황해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주최 측에 "딸 대신 내가 출전하는 것으로 선수 명단을 바꾸겠다"고 요청했을 정도. 침착하게 "잘 해도 못 해도 내 몫"이라고 말하는 딸의 모습에 겨우 마음을 추슬렀다. 예상 외의 선전으로 경기 결과는 포뮬러B부문 3위 입상. 강 단장은 "나도 데뷔전에서 3위를 했었다"며 기뻐했다.

이들 부녀의 꿈은 언젠가 제대로 된 모터스포츠 학교를 세우는 것. 카 레이서가 되고 싶어도 교육을 받을 기관이 없는 국내의 열악한 환경을 바꿔나가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강 선수는 한동안 레이서 경력을 쌓은 뒤 외국의 정식 교육기관으로 유학을 떠날 계획이다.

자신이 지나온 길로 따라 들어선 딸에게 아버지로서, 선배 카 레이서이자 스승으로서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물었다. 나란히 앉은 딸의 어깨를 두드리던 강 단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최대한 즐기고 몰두하거라. 네가 가장 즐거울 수 있는 일에서 인생의 길을 찾는 행복을 누리려므나. 이 아버지가 그랬듯이 말야."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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