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뛰는'공무원이 해낸 보훈가족 '절망탈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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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상군경 미망인 김원옥 (金元玉.71.경북포항시남구) 씨는 17일 그동안 잃었던 웃음을 되찾았다.

간경화.좌측대퇴부 악성종양 등으로 수술이 시급하지만 그동안 수술비가 없어 애태우던 둘째아들 (38) 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金씨는 이날 한국복지재단 직원과 포항성모병원을 찾아 아들의 수술일정 등을 상의했다.

이처럼 金씨 모자가 희망을 갖게 된 것은 경주보훈지청에 근무하는 김삼룡 (金三龍.48.기능직9등급) 씨의 눈물겨운 배려와 노력 덕분. 한국전쟁 때 두 다리가 절단된 남편을 지난 89년 잃은 金씨는 둘째아들.정신지체장애인인 딸 (42) 과 10평 남짓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첫째아들 (44) 은 사업실패 후 심장.당뇨병 등을 앓다 2년 전 서울로 올라가 노숙자 생활을 한다고 했다.

며느리들은 가출해 버려 자식들 병간호와 중.고교생인 두 손자 뒷바라지는 모두 金씨 몫. 金씨도 얼마 전 신장암을 얻어 거동이 불편한 처지. 한달에 60여만원의 보훈보상금과 생활보호대상자 생계보조비 20여만원으로는 생활도 어려운 처지에 수술은 요원했다.

지난 1월 보훈가족 실태조사를 하다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된 보훈공무원 金씨는 80대 노모를 모시는 터라 남의 일 같지 않았다.

金씨는 이들 모자를 위해 지역유지.사회봉사단체 등을 거의 훑고다니며 후원을 호소했다.

공무원 金씨가 '자신의 일' 처럼 호소하는 사정을 듣고 복지재단 경북지부는 당장 급한 둘째아들의 수술비로 우선 7백만원을 후원키로 결정했다.

"선생님 덕분에 아들이 살게 됐다" 며 고마워하는 金씨에게 공무원 金씨는 "할 일을 했을 뿐" 이라며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포항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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