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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파일] 심판대 자청한 '이재수의 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1901년 제주도.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식민지를 확대시키고 있던 당시 구한말 이곳에선 가톨릭으로 대변되는 근대사상과 봉건사상의 대립이 치열했다.

천주교 신부가 제주도에 들어오고 민간신앙이 성했던 제주도민과의 마찰은 단순한 종교적 문제 뿐만 아니라 세금을 걷는 봉세관과 결탁된 교인들에 의한 백성들의 고통으로 얼룩져가고 있었던 것. 교인들의 습격에 사람들이 죽고 잡혀가는 일이 발생하자 청년 이재수는 민당들을 이끌고 교인들과의 '전쟁' 을 일으킨다. 천주교에서는 '신축교안' 이라 불리고 역사책에선 '이재수의 난' 이란 불리는 사건이다.

박광수 감독의 새영화 '이재수의 난' 은 바로 이 사건을 그렸다. 현기영의 소설 '변방의 우짖는 새' 를 원작을 눈여겨본 박광수 감독이 지난해 제작에 들어가 최근 영화를 완성했다.

역사학자들의 관점과 해석, 그리고 천주교계의 반응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이재수의 난' 은 일반 관객들에게 선보이기 전에 역사학자들과 가톨릭 교계 인사들을 초청해 시사회를 가질 계획이다.

6월12일 개봉을 앞두고 이 영화 제작사인 기획시대 (대표 유인택) 는 강단에서 활동하는 진보소장 역사학자들의 학회인 '한국역사학회 회원 2백여명을 초청하는 한편 서울대교구 수도회 연합모임 등을 통해 교계 인사들을 초청키로 결정한 것. 이밖에도 전교조 국사담당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계획도 잡혀있다.

기획시대 대표 유인택씨는 "이 영화는 지금까지도 진보사학자와 향토사학자 그리고 천주교사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 "이 사건에 대한 제작진의 해석을 평가받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 고 동기를 설명했다.

역사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시사회 후에는 이에 대해 견해를 들어보는 자리도 마련될 예정이라고.

'이재수의 난' 은 제주의 자연을 배경으로 민중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을 살려낸 카메라워크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 영상은 그렇다치고, 이 영화에 담아낸 역사적 해석이 과연 역사학자와 천주교계로부터는 어떤 '소리' 를 듣게 될 지 궁금하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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