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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바꿔치기’신종 병역비리 수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환자를 바꿔 치기 하는 수법으로 병역 비리를 저지른 혐의가 드러나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병역 브로커 윤모(32)씨 사무실과 서울대병원·순천향대병원·한양대병원 등 대학병원 4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이날 윤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이들 병원의 응급환자 진료카드 등을 압수해 병역 비리 관련자들을 추적하고 있다. 윤씨는 입영 대상자 40여 명에게 돈을 받고 병역 면제나 공익근무 판정 등을 받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2006년 인터넷에 병역 상담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의 ‘비밀 상담방’에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신원을 바꿔 입영 연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글을 올려 의뢰인을 모집했다.

윤씨는 입영 대상자가 의뢰를 해오면 “환자 바꿔 치기 수법으로 입영 연기와 면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가 가능토록 조치해 주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뢰인에게 일단 정상적으로 신체검사를 받은 뒤 군의관에게 “평소엔 별 이상이 없지만 가끔 발작을 일으킬 때가 있다”고 말해두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평소 돈을 주고 관리하던 발작성 신부전증 환자가 밤에 발작을 일으켰을 때 사전에 전달한 의뢰인의 건강보험증을 내고 치료를 받도록 했다. 이후 병원에서 의뢰인 명의의 진단서를 발급받아 병무청에 제출, 공익근무 판정이나 입영 연기·면제가 이뤄지게 했다고 한다. 건강보험증에 사진이 없어 본인 확인을 할 수 없는 데다, 대부분의 병원이 야간 응급실에서 신분증 확인을 하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윤씨는 이런 방법으로 2명에게 병역 면제, 16명은 공익근무 판정, 29명은 입영 연기 판정을 받도록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면제를 받은 2명은 윤씨에게 각각 700여만원을 건넸고, 공익근무나 입영 연기 판정을 받은 이들은 100만원에서 300만원을 지불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병역 비리 의뢰인 중에 유명 가수와 카레이서 등이 포함돼 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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