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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 '문화의 집'…무한자유 만끽 청소년 해방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7일 오후 5시 서울노원구중계2동 노원 자원회수시설 옆에 위치한 노원청소년수련관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대학로의 인터넷 카페같은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 눈높이 시설로 이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의 집' 이다.

엘리베이터 오른편으로 컴퓨터 4대가 설치돼 있는 게임 부스가 눈에 띈다.

방금 수업을 마치고 온 듯한 교복 차림의 중.고생 4명이 PC통신의 단체게임 '바람의 아들' 에 몰두하고 있다.

10여분째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이종걸 (李鍾傑.16.대신고1) 군은 "1시간에 5백원만 내면 인터넷과 PC통신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면서 "시중 인터넷 게임방의 1/4 가격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홀 왼편 '댄스연습실' 이라는 조그만 안내판이 붙어있는 방문을 열자 귀를 찢는 듯한 강렬한 힙합 음악이 울려 나온다.

주황색 티셔츠와 줄무늬 트레이닝복으로 통일한 청소년 5명이 14평 마루 바닥 위를 뒹굴고 있다.

두 손바닥을 마루에 대고 두 다리를 수평으로 띄워 빙글 빙글 도는 '토마스' ,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온 몸을 회전하는 '나인틴' 등 춤 사위가 현란하다.

이들은 지난 3월 노원청소년수련관 댄스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춤꾼들. 현재 지하철 7호선 먹골역 내에서 매일같이 힙합과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 중이기도 하다.

"지하철역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죠. 마루 바닥이라 회전도 잘 되고 전면 거울에자세도 교정할 수 있거든요. " 댄서가 꿈이라는 권태한 (16.태릉중3) 군은 "1인당 5백원만 내면 1시간 동안 연습실을 마음껏 쓸 수 있다" 면서 "이곳은 예약을 3일전에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팀 리더 최충현 (18.광운고2) 군은 "지하철역에서 춤을 추면 역무원 아저씨들이 야단을 치고 지나가는 승객들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 면서 "춤을 좋아하는 것을 '일탈행위' 로 보지 말고 청소년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공연연습실은 '춤꾼' 뿐 아니라 '평범한' 청소년들도 자주 찾는다.

인근 고등학교 선도부원이라는 李모군은 "시험이 끝날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러 온다" 고 말했다.

공연연습실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만 '보컬연습실' 도 '록 매니아' 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 1시간에 5천원만 내면 드럼과 전자올겐. 앰프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화의 집에는 이밖에 영화감상,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홀도 갖춰져 있다.

'문화의 집' 문화사업팀 이창신 (李昌信.31) 팀장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뒤로 하루 2백명의 중.고생들이 찾아온다" 면서 "자신들만의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이 주인의식을 느끼고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운영 방침이자 설립취지" 라고 밝혔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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