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5시 서울노원구중계2동 노원 자원회수시설 옆에 위치한 노원청소년수련관 4층.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대학로의 인터넷 카페같은 정경이 눈에 들어온다.
청소년 눈높이 시설로 이 지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문화의 집' 이다.
엘리베이터 오른편으로 컴퓨터 4대가 설치돼 있는 게임 부스가 눈에 띈다.
방금 수업을 마치고 온 듯한 교복 차림의 중.고생 4명이 PC통신의 단체게임 '바람의 아들' 에 몰두하고 있다.
10여분째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이종걸 (李鍾傑.16.대신고1) 군은 "1시간에 5백원만 내면 인터넷과 PC통신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면서 "시중 인터넷 게임방의 1/4 가격에 불과하다" 고 말했다.
홀 왼편 '댄스연습실' 이라는 조그만 안내판이 붙어있는 방문을 열자 귀를 찢는 듯한 강렬한 힙합 음악이 울려 나온다.
주황색 티셔츠와 줄무늬 트레이닝복으로 통일한 청소년 5명이 14평 마루 바닥 위를 뒹굴고 있다.
두 손바닥을 마루에 대고 두 다리를 수평으로 띄워 빙글 빙글 도는 '토마스' , 한손으로 물구나무를 선 채 온 몸을 회전하는 '나인틴' 등 춤 사위가 현란하다.
이들은 지난 3월 노원청소년수련관 댄스 경연대회에서 1등상을 받은 춤꾼들. 현재 지하철 7호선 먹골역 내에서 매일같이 힙합과 브레이크 댄스를 연습 중이기도 하다.
"지하철역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죠. 마루 바닥이라 회전도 잘 되고 전면 거울에자세도 교정할 수 있거든요. " 댄서가 꿈이라는 권태한 (16.태릉중3) 군은 "1인당 5백원만 내면 1시간 동안 연습실을 마음껏 쓸 수 있다" 면서 "이곳은 예약을 3일전에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고 말했다.
팀 리더 최충현 (18.광운고2) 군은 "지하철역에서 춤을 추면 역무원 아저씨들이 야단을 치고 지나가는 승객들도 곱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게 불편하다" 면서 "춤을 좋아하는 것을 '일탈행위' 로 보지 말고 청소년들이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이런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공연연습실은 '춤꾼' 뿐 아니라 '평범한' 청소년들도 자주 찾는다.
인근 고등학교 선도부원이라는 李모군은 "시험이 끝날 때마다 친구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러 온다" 고 말했다.
공연연습실만큼 인기를 끌지는 못하지만 '보컬연습실' 도 '록 매니아' 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 1시간에 5천원만 내면 드럼과 전자올겐. 앰프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화의 집에는 이밖에 영화감상,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다목적 홀도 갖춰져 있다.
'문화의 집' 문화사업팀 이창신 (李昌信.31) 팀장은 "지난해 1월 문을 연 뒤로 하루 2백명의 중.고생들이 찾아온다" 면서 "자신들만의 공간이 없는 청소년들이 주인의식을 느끼고 자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게 운영 방침이자 설립취지" 라고 밝혔다.
성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