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궈’ 이름 가진 사람만 95만 명 … ‘궈칭’은 40만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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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인의 이름은 중국 건국 60년의 시대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국된 1949년에는 ‘젠궈(建國)’나 ‘궈칭(國慶)’ 등과 같은 이름이 유독 많았다. 그해 9월에 태어난 췐저우(泉州) 출신의 쩡젠궈(曾建國·60)는 그중 한 명. 쩡의 부친은 중국식 전통에 따라 쩡의 할아버지에게 손자의 작명을 부탁했다. 멀리 필리핀에 있던 쩡의 조부는 신중국 성립 소식을 듣고는 “위대한 역사적 순간을 기념하겠다”며 손자의 이름을 젠궈로 정했다. 중국 공안부 조사에 따르면 전 중국에 이름이 ‘젠궈’인 사람은 95만여 명, ‘궈칭’은 40만여 명에 이른다. 이들 중 많은 이가 10월 1일에 태어났다. 50년대 이후엔 6·25전쟁 참전, 대약진 운동, 인민공사 건설과 같은 대사건들이 작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애국심을 강조한 ‘웨이궈(衛國)’ ‘웨이민(衛民)’ 같은 이름이나, 새 나라 건설에 대한 격정이 담긴 ‘리공(立功)’이라는 이름이 크게 유행했다. 문화대혁명의 광풍이 불었던 60년대에는 훙(紅)·둥(東)·웨이(衛)·빙(兵) 등의 글자가 들어가는 이름이 많았다.

개혁·개방의 물결이 전 사회에 넘실댔던 80년대 초엽엔 감성에 호소하는 이름이 유행했다. 부모들은 의미보다는 발음상 좋고 듣기에 편한 이름을 선호했다. 융(勇)·웨이(偉)·나(娜)·리(麗) 등과 같은 글자가 이름에 있다면 그 사람은 80년대 초에 출생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90년대에는 이름에 맵시가 더해져 위(雨)·천(晨)·위(宇)·페이(飛) 등이 이름에 많이 등장했다.

2000년 이후엔 남들과 다른 개성 넘치는 이름을 자녀에게 선사하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엔 개성 강조가 지나쳐 4~5자짜리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호적 신고서에 등장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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