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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협력사 동의 … “중·러 아닌 3국 업체서 인수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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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쌍용자동차가 회생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 77일에 걸친 노조의 장기 공장 점거 파업이 아니었다면 6월께는 나왔어야 할 회생계획안을 15일에야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채권단·주주 균형 맞추려 애써=회생계획안의 핵심은 쌍용차가 지고 있는 빚을 채권단과 주주들이 어떻게 고르게 나눠질 것이냐를 정하는 부분이다.

쌍용차의 최상진 기획재무본부장(상무)은 15일 “이유일 공동관리인 등 전 임원이 나서 채권단·대주주 등 이해 관계자들과 조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핵심은 자본금 조정 내용이다. 최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대해서 경영상의 책임을 물어 가장 큰 폭으로 주식을 줄이기로 했다. 1차적으로 5대 1로 감자(減資)를 한다. 남은 지분에 대해서도 회사가 모든 빚을 갚을 때까지는 이익 배당이 없다. 주주총회를 열지 않기 때문에 의결권 행사도 못한다. 최 상무는 “지난주 상하이차를 방문해 이런 방안을 설명했으며 상하이차도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반주주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3대 1의 감자가 결정됐다. 그 뒤 채권단이 가진 채권 중 일부를 주식으로 바꿔 준 뒤 기존 대주주·일반주주 주식과 합쳐 다시 한번 3대 1로 감자하는 과정을 거친다. 처음 지분과 비교하면 상하이차는 15대 1, 일반주주는 9대 1이 되는 셈이다.


이같이 복잡한 단계로 감자를 실시하는 것은 형평성을 위해서다. 채권단에 진 빚은 정상적인 상거래라면 모두 현금으로 줘야 한다. 그러나 주식으로 대신 주는 만큼 기존 주주보다 유리하게 했다.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쌍용차의 최종 지분비율은 상하이차가 51.3%에서 11.2%로, 일반주주가 48.7%에서 17.7%로 바뀐다. 또 출자전환 주주인 채권단이 최대주주로 71.1%가 되는 셈이다.

채무조정 방안은 담보 여부와 액수 규모 등에 따라 다르다. 쌍용차의 총 채무는 1조2321억원이다. 확실한 담보를 가진 한국산업은행 등의 채권 2605억원은 모두 상환한다. 다만 3년 거치 후 5년에 걸쳐 나눠 갚기로 했다. 담보가 없는 금융기관 채권 등에 대해서는 10%를 면제받고 43%는 주식으로 바꿔 줄 방침이다. 나머지는 5년 거치 후 5년에 걸쳐 현금으로 나눠 갚는다.

◆새 주인 찾는 게 과제= 쌍용차 채권단협동회의 최병훈 사무총장은 “협력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지만 쌍용차가 회생해야 모두 살 수 있는 만큼 회생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이날 밝혔다.

최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산은 등 채권단이 회생 계획안을 평가해 최종적으로 동의 여부를 정하는 것은 12월 초이기 때문에 미리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이날 “회생계획안은 예상했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일단 회사 측의 자구 노력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앞으로 쌍용차의 영업·서비스망이 잘 가동될지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움직임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계획안의 동의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만 지원한다는 애초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신차 개발 비용 지원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중국·러시아를 제외한 제3국 업체 중에 인수 의사를 보인 곳이 있다”며 “만약 회사를 떠안을 전략적 투자자가 나서지 않으면 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에게 일단 넘어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녕·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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