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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김영후 14년 만에 신인·득점왕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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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K-리그 신인왕은 굳혔다. 득점왕도 넘본다.

K-리그 신인왕과 득점왕 동시 석권을 노리는 강원FC 공격수 김영후. [중앙포토]

‘경험 많은 신인’ 강원 FC의 공격수 김영후(26)가 펄펄 날고 있다.

신생팀 강원의 공격진을 이끌고 있는 김영후는 21경기에서 13골(2위)·7도움(공동3위)을 기록해 역대 K-리그에서 6명뿐인 ‘10(득점)-10(도움)’ 클럽 가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덕분에 불꽃이 튈 것 같았던 신인왕 경쟁도 싱겁게 끝날 전망이다. 김영후는 득점 선두 이동국(전북·15골)에게 2골 차로 따라붙어 ‘신인왕 겸 득점왕’도 노릴 만하다. 신인왕과 득점왕을 동시에 거머쥔 선수는 1995년 노상래(당시 전남)가 유일하다.

김영후는 신인왕 경쟁자인 인천 유나이티드 유병수(21·8골)를 한참 앞서고 있다. 그의 무기는 유병수가 갖지 못한 ‘두 가지 경험’이다.

홍익대 2학년을 마치고 프로 드래프트를 신청한 유병수는 대학 시절 1년에 20경기 내외를 치렀을 뿐 장기 리그는 경험하지 못했다. 시즌 중반부터 체력이 떨어지더니 최근 5경기에서 골이 없다.

김영후는 다르다. 실업리그인 내셔널리그에서 2006년부터 3시즌을 보내며 잔뼈가 굵었다. 2008시즌 울산 현대미포조선에 있을 때는 43경기를 소화했다. 그는 2006년 내셔널리그 신인왕과 득점왕을 독식했고, 2007년 MVP, 2008년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는 시즌 초반 주춤하며 프로의 벽에 막히는가 싶더니 컨디션을 찾은 다음부터는 꾸준히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미포조선에서부터 그를 가르친 최순호 강원 감독은 “김영후가 내셔널리그를 뛰면서 시즌을 치르는 방법을 터득한 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생의 쓴맛’도 그를 냉정한 킬러로 성장시키는 데 한몫했다.

최 감독은 “영후는 숭실대 4학년 때(2005년) 두 대회에서 득점상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있었다. 그런데 프로팀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2005년 나를 만날 때까지 진로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 시절 김영후는 소위 ‘받아먹는 공격수’로 평가절하됐었다. 김영후는 당시의 쓰라린 기억을 통해 성숙했다. 유명 선수로 발돋움했지만 여전히 그는 겸손하다. 좌우명이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자’다.

여기에 감정 기복이 크지 않은 성격, 절제된 생활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김영후는 “신인상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다. 감독님의 지시에 따를 뿐이다”며 시즌 내내 같은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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