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중·대선거구 검토에 "또 야당 흔들기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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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은 여권이 선거법 단일안을 하루만에 돌연 번복한 것을 문제삼았다. 먼저 의사결정 과정의 난맥상을 '한심하다' 고 꼬집었다.

안택수 (安澤秀) 대변인은 8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수개월이나 걸려 내놓은 합의안을 청와대에서 뭐라 그런다고 하루아침에 버리는 것을 보니 안쓰럽다" 고 비아냥댔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당초 합의안을 밀어주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여권이 새로 마련키로 한 개혁방안이 한나라당쪽의 생각과 가깝다.

특정 정당 비례대표 의석을 50%에서 70%로 늘린 것이나 지역구와 비례대표 동시 입후보 허용 철회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도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여권의 정치관리 일정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한나라당은 여당측에 '선 (先) 내각제 입장 정리, 후 (後) 선거법 협상' 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치개혁쪽으로 관심이 옮겨지면 이런 전략이 밀려날 우려가 있다고 한나라당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단일안 번복 배경에는 '야당 흔들기' 암수 (暗數)가 감춰져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여당이 소선거구제로 합의했다가 중.대선거구제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발을 뺀 것은 소선거구제에 기울어 있는 李총재와 달리,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는 야당내 비주류에 추파를 던지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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