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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론 현금강요] 점조직 일부 종교단체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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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의 종말론 교단들은 92년 휴거소동을 일으킨 교회들과 달리 점조직으로 포교하는 것이 특징이다.

◇ 무너지는 가정들 = 李모 (54.부산시금정구) 씨는 지난해초 부동산 압류통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대학생 아들 (26) 이 신흥종교 C회에 빠져 다른 신도들이 헌납목적으로 7천6백만원의 은행빚을 얻는 데 보증을 섰던 것. 아들은 "2000년 1월 15일에 종말이 온다.

그땐 강원도 홍천의 C회 본산에 거주하는 사람만 살아 남으니 대출을 해서라도 본당 건설에 참여하는 것이 영광" 이라며 가족과 갈등을 빚고 있다고 한다.

남편이 은행.보험사에서 2억원을 대출, C회에 헌납하고 회사까지 그만뒀다는 朴모 (44.부산시동래구) 씨는 "남편 퇴직금으로 빚을 메워도 모자라 아파트와 가재도구가 모두 압류됐다. 살길이 막막하다" 며 울먹였다.

◇ 종말론, 이렇게 다가온다 = H선교협회는 낮시간에 주부 혼자 있는 집을 방문, 'Y2K'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등 세기말 현상을 다룬 신문기사와 비디오 테이프를 보여주며 공포심을 조장한다.

이때 마음이 흔들리면 "우리 교를 믿어야 구원받는다" 는 식으로 접근한다.
이 조직의 전도사였던 주부 宋모 (36.서울관악구) 씨는 "참 몹쓸 짓 많이 했다" 며 고개를 떨궜다.

94년부터 올초까지 宋씨는 포섭된 주부들을 상대로 '남편 몰래 재산을 헌납하는 방법' 을 전했다.

"열성신도에게 1대1로 접근, '곧 종말이 올텐데 재산이 무슨 소용이냐, 보물을 하늘에 두면 마음도 하늘로 간다' 고 유혹합니다. 아이 돌반지나 결혼패물을 바치게 하고 자기집은 전세로, 전세는 사글세로 바꿔 차액을 갖고 오도록 하지요. 의심하는 남편에겐 '이 집은 어쩐지 마음에 안든다.지금 허리띠 졸라매고 저축을 많이 해 더 좋은 집을 사자' 고 둘러대는 요령까지 가르칩니다. "

宋씨 자신도 연립주택을 팔아 사글세로 옮기고 남은 돈을 바쳤다.
정기예금을 이용하기도 한다.
3~5년짜리를 들고 얼마후 분실신고를 한다.

새 통장을 받으면 곧 해약한 뒤 찾은 돈을 교회에 바치고, 남편에겐 원래 통장을 보여준다.
남편에게 발각되면 이혼도 불사하라고 가르치며, '핍박받아야 강해지고 구원받는다' 는 논리로 이탈을 막는다.

C회는 전국 3백50여 기 (氣) 수련장을 거점으로 교세를 늘려왔다.
C회는 몸이 안좋은 사람에겐 '조상영혼을 달래는 제사 (천도제) 를 지내야 한다" 며 금품을 받아내기도 한다.

부산시연산동 어느 주부는 "조부모.증조부모.시댁 조상 등으로 나눠 열번이나 제사를 지냈다.
그 대가로 1천만원을 요구해 남편 몰래 은행빚을 얻어 5백만원을 바쳤다" 고 했다.
하지만 소화불량에 몸이 마르는 증세는 그대로였다.

◇ 이중성과 폐쇄성 = C회는 2000년에 종말이 온다고 하면서도 장기사업을 펼치는 등 이중성을 보인다.

'96년 남태평양 마셜공화국에서 1백년간 관광사업을 벌일 권리를 따냈다' 며 투자자를 공개모집하고 있는 것이 한 예. C회 신도중 일부는 강원도 홍천 본산에서 집단생활을 한다.
20만평 규모의 이 본산엔 슈퍼마켓.이발소 등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다.

◇ 헌금은 오리무중 = 신도들이 바친 재산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C회의 경우 핵심간부였던 姜모 (45.서울강남구) 씨는 "95년 조상 혼령을 모시는 낙원전을 지으면서 대출헌금이 시작됐다.

돈을 바치면 금세 또 돈이 필요하다고 해 수시로 대출헌금을 모았다" 고 했다.

그는 "성전건립에만 쓴다면 그렇게 자주 돈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 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C회는 자신들 명의로 서울종로구평창동에 96년 12월 대지 2백84평의 13억원짜리 호화저택을 사들였음이 확인됐다.

기획취재팀 고종관.이영기.권혁주 기자

제보전화 02 - 751 - 5222~7

◇ 1999년 6월19일자 2면 정정과 반론 = 5월8일자 1면 ''일부 종교단체 거액현금 종용''기사와 관련,H선교협회는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해 왔다.

"첫째, 본 협회는 구청·세무서에 등록된 비법인 종교단체다.둘째 협회는 진모씨로부터 헌금을 받은적은 있으나 액수가 7천만원이 안되며, 김모씨로부터 자동차를 헌납받지 않았다.

셋째 협회장 친인척이 비서 등을 맡은 적은 있으나 현재 사무국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넷째 협회는 헌금을 종용하려고 매년 시한부 종말론을 내세우지 않았으며,잉여헌금이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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