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호의 도쿄타워] 日가요시장의 힘…'우타다' 선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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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6세 앳된 소녀가 일본의 대중음악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지난해 가을 데뷔한 우타다 히카루의 새 앨범 '퍼스트 러브' 가 발매 두달만에 5백24만장이 팔린 것. 일본 음악계의 사상 최고기록이다.

이달중으로는 6백만장을 돌파할 기세다.

지난해 내놓은 싱글인 '오토매틱' 과 '무빙 위드아웃 유' 도 각각 2백20만장, 3백70만장이나 팔렸다.

우타다의 싱글.앨범을 모두 합치면 판매량이 1천만장이 넘는다.

대히트의 비결은 실력과 마케팅이다.

우타다의 노래에는 다른 일본 노래에서 찾을 수 없는 미국적 경쾌함이 배어 있다.

뉴욕에서 태어난 탓인지 선천적인 리듬감각이 몸에 익숙해 미국 본바닥의 '리듬 앤드 블루스' 의 분위기를 살려내고 있다.

발매회사인 도시바EMI의 마케팅도 한몫 했다.

방송출연이나 언론 인터뷰를 일절 하지 못하게 해 우타다 개인에게 일종의 신비감을 더해줬다.

이것이 인기상승을 더욱 부채질했고 결국 우타다의 노래를 듣기 위해서는 앨범을 살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타다 선풍' 이 이쯤 되면 음악적 관점이 아니라 경제적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CD 한장에 3천1백엔 정도이므로 도시바EMI가 '퍼스트러브' 한장으로 60일간 벌어들인 돈은 무려 1백62억엔. 일본 대중문화시장의 잠재력이 보통 이렇다.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속된 말로 '대박' 한번 터지면 CD 수백만장이 순식간에 팔린다.

한국의 대중문화계는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수입했다간 큰일이므로 문을 좀 더 닫아둬야 한다고 두려워하지나 않을는지. 그러나 언제까지나 피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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