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굶주림… 5월이 서글픈 '코소보 동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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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눈이 시리도록 푸른 5월의 하늘 - .그러나 코소보 어린이들의 눈망울에는 슬픔이 짙다.

'어린이는 자유로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학살되거나 착취돼서는 안된다' 는 유엔 어린이 인권선언이 지구 저편 코소보 어린이들에게는 무색하기만 하다.

지금도 코소보에만 수십만명, 유고 전역에 걸쳐 2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전쟁의 제물로 병들고 숨지고,가족과 헤어져 방치되고 있다.

지난 3월말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공습과 유고의 인종청소 이후 코소보를 떠난 알바니아계 주민 60만명 중 65%가 어린이들이다.

성인남자들은 대부분 유고군에 끌려가거나 희생되고, 여성과 어린이들만이 난민행렬에 남은 탓이다.

○ …지난달 7일 마케도니아의 한 난민촌 언저리에 첸드림 멕스바니라는 아이가 묻혔다.

출생일은 지난 3월 2일. 불과 한달 5일을 살다간 이 아이는 부모와 함께 인종청소를 피해 피난을 떠나던 중 피로와 배고픔으로 숨졌다.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등져야 했던 이 아이의 부모는 나무토막으로 묘비를 만들고, 여기에 '저항' 이라는 글귀를 새겼다.

○ …마케도니아 국경 블라체의 난민캠프에 있던 올해 다섯살의 여자 어린이 예호나 알리우는 지난달 5일 밤 난민 긴급이동 작전이 있던 다음날 난민캠프에 홀로 남겨진 채 발견됐다.

간밤의 북새통에 그만 부모를 잃어버린 것.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구호요원들이 3주 동안 마케도니아 곳곳의 난민촌에 예호나 알리우의 사진을 담은 전단을 뿌리고 터키와 알바니아에까지 연락을 취했지만 그의 부모는 찾을 길이 없었다.

알리우는 지금 마케도니아의 난민촌에서 역시 아이를 잃어버린 한 가족에 얹혀 지내고 있다.

○ …마케도니아 난민촌의 전쟁고아는 현재 2백50명이 넘는다.

국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총 7백76명이 자녀를 잃어버렸다고 신고, 실제 전쟁미아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모와 생이별한 난민 어린이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어른들의 '전쟁놀이' 는 그칠 줄을 모른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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