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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 칼럼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정말 필요한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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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제임스 웹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이 최근 미얀마를 방문해 군부 실권자인 탄 슈웨 장군과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를 만난 데 대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미얀마 집권 당국과 대화하려던 웹 상원의원의 노력은 불행히도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에 상처를 줬다. 게다가 웹 의원은 군부가 장기 집권을 위해 추진하는 내년 총선에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참여를 희망하는 등 적절치 않은 이슈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군부가 계획하는 ‘행사성 선거’는 미얀마 국민이 염원하는 자유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군부 독재를 영구화할 것이다.

1990년 치러진 미얀마의 마지막 선거에서 국민은 압도적인 표 차로 군부 통치를 거부했다. 당시 선거에서 NLD는 의회 의석의 80% 이상을 차지했지만 군부는 정권 이양을 거부했다. 이후 19년 동안 모든 국민을 대표하는 민주정부 구성을 요구한 미얀마 민주인사들은 투옥과 협박, 고문과 죽음에 직면했다.

군부는 내년 총선을 통해 자신의 정통성을 가장하고, 제도화된 ‘규율 민주주의’를 주장하려 한다. 지난해 5월 강력한 사이클론이 미얀마를 초토화하고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며칠 뒤, 군부는 신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강행했다. 군부는 유권자 93% 이상이 군부 통치의 영구화와 아웅산 수치 여사 및 운동가들의 선출직 진출을 막는 포괄적 규정(외국인과의 결혼 등 외국과 막연한 관련이 있는 사람의 선출직 진출 자격 박탈)을 내용으로 하는 신헌법에 찬성했다고 주장했다.

몇몇 국제 문제 전문가는 내년 미얀마 총선을 기회로 여긴다. 그러나 군부의 신헌법 아래 치러지는 선거는 엉터리다. 미얀마의 수많은 사람이 구속되거나 고문을 당하고, 심지어 죽음에 이르며 추구한 민주주의의 원칙을 희생시킬 수 없다. NLD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다. NLD는 4월 군부와의 진정한 대화와 모든 정치범 석방, 2008년 신헌법 재검토 등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군부는 오히려 아웅산 수치 여사와 민주운동가 2000여 명의 투옥을 연장하고 소수민족에 대한 대규모 군사 공격과 언론 탄압을 강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어떤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웹 상원의원과 같은 관리들이 미얀마의 우방인 중국에 대한 두려움을 떠벌리지 말아야 한다. 둘째로 여러 국가와 국제기구는 미얀마의 군부 지도자와 대화하고, 군부가 NLD 및 미얀마 소수인종 그룹과 대화에 나서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이 미얀마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군부가 NLD와 진지하게 대화하고 정치범을 석방하며 소수인종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한편 진정한 민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추가적인 단계를 밟는다면 그러한 제재는 적절한 때 철회될 것이다. 정리=하현옥 기자

우 윈틴 미얀마 민주주의민족동맹 중앙위원회 위원
[워싱턴 포스트=본사 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