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보다 더 반짝이는 조연 '신장개업' 박상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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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빛나는 조연' 이란 바로 이 얼굴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영화배우 박상면. 올해 서른둘의 이 '두툼한' 사내가 연기의 맛을 깨우쳤다. 개봉을 앞둔 코믹잔혹극 '신장개업' .그의 역할은 중화루 주방장이다.

왕사장 김승우에게 이리 채이고 저리 채이다가 울컥 "나도 한때는 꿈이 킬러였다" 며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는 순진한 그 사람이 박상면이다. 경쟁식당인 '아방궁' 의 자장면을 먹고 맛에 감동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진짜' 눈물 연기의 백미다.

"대본을 보고 이 역할을 꼭 하고 싶어 감독 (김성홍)에게 졸랐습니다. '이건 내꺼야' 라고 외쳤죠. 단역에서 조연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죠. " 그리고 그는 해냈다. 주연이 '변신' 운운하며 주춤할 때 적역을 낚아채 제 몫을 다한 것. 시사회를 본 사람들은 대개 주연 대신 '하찮은' 주방장을 칭찬한다.

영화는 각각의 개성있는 악기가 함께 어울려 화음을 만드는 한편의 오케스트라임을, 그래서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저음도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박상면은 연기로 웅변한다.

'신장개업' 에서 그는 바로 콘트라베이스다. "생긴 걸로 치면 전 분명 주연감이 아닙니다. 저로 인해 주연이 빛나고, 그 덕에 저도 같이 빛나는 조연, 그게 제 소임입니다. " 박상면의 그 '소임' 은 영화 데뷔작인 송능한 감독의 '넘버3' 에서 개화했다.

지금도 이름은 몰라도 역할로 많은 이들에게 두루 기억되는 무지막지한 깡패 두목 '재떨이' .익명의 인물이 '창 (娼)' '투캅스3' '닥터K' 를 거치며 개성을 나타내더니 '신장개업' 에 이르러 마침내 이름 석자를 찾게 됐다. 역할이 아닌 당당한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

"배우에게 '역할바꾸기' 는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 배역에 쏙 빠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잘하는 것, 그게 연기란 걸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얼핏 남들은 노력을 안한다고 충고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생각 속에서는 이미 그 역에 대한 마인드콘트롤을 쉴새없이 하고 있죠. " 서울예대 연극과 출신인 그는 연극.뮤지컬을 하다 군 제대 후 뒤늦게 영화계에 입문했다.

자신을 발탁해준 프로듀서 친구 서우식 (프리시네마 대표) 과 송감독을 그는 '하늘처럼' 생각한다. 최근엔 TV드라마에도 진출, MBC '왕초' 에서 '거지왕' 김춘삼의 오른팔로 출연중.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졸업 때까지 응원단장 자리를 놓친 적이 없습니다.

입담과 행동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재주는 자신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편견이 없습니다. " 그의 다음 작품은 이명세 감독의 여름개봉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도망자 안성기의 졸개로 조연하는 그는 "8시간 촬영 끝에 'OK' 사인을 받은 껌 뱉는 장면을 기대하라" 고 주문한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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