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 대행 발언 파문] 정계 새판짜기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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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민회의 김영배 (金令培) 총재 권한대행의 당명개칭 고려 발언은 여권 안팎에 형성돼가고 있는 근본적인 당 쇄신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더구나 95년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직접 창당한 당의 간판을 내리는 일이므로 金대통령과 교감없이 이런 발언이 나왔을 것이라고는 상상키 어렵다.

金대행이 金대통령의 의중을 어느 정도까지 표현했는지는 모르지만, 金대통령이 국민회의 체제를 지금과 같은 상태로 끌고 가지는 않을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변화' 는 8월말 예고된 전당대회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현재 국민회의의 모습을 집권당으로 봐주기엔 어려운 측면이 많다" 며 "내년 총선을 대비하고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한 명실상부한 여당으로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고 金대행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金대행은 특히 간판을 바꿔 다는 과정에서 '젊은 피' 를 대폭 수혈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준비작업으로 당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중앙당 실.국장 인사를 포함, 대대적인 당풍변화를 꾀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당 간판 바꿔달기는 이런 정도의 변화를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평민당 (87년)→신민당 (91년 4월)→민주당 (91년 10월)→국민회의로 이어지는 金대통령의 창당사나,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민자당 (90년)→신한국당 (96년)→한나라당 (97년) 으로 연결되는 구 여권의 창당사는 언제나 정치환경 전체를 흔들어 놓는 정계개편과 직결됐다.

특히 여소야대의 정치 불안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태우 (盧泰愚) 대통령 주도로 이뤄진 민자당 합당이나 총선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의 신한국당 창당작업이 그랬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처한 상황은 盧전대통령이 겪었던 여소야대의 불안정한 정치상황에다 총선을 앞에 둔 김영삼 전대통령의 상황을 합한 것 만큼 절박하다" 고 했다.

결국 金대행의 조심스러운 '당내 발언' 은 자민련이나 한나라당, 전두환 (全斗煥) 전대통령의 5공이나 김영삼 전대통령의 민주계세력 등을 염두에 둔 정계 개편론과 연관되지 않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자신의 발언에 이런저런 지적이 나오고 파문이 커지자 金대행측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고 주문했다.

실제 당 일각에선 8월 전대에서 당대표를 노리는 金대행이 너무 나간 것 아니냐며 탐탁치 않은 반응도 나온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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