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충무공 묘 '쇠말뚝 사건' 왜 일어났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그 많은 묘에 칼과 쇠말뚝을 박았을까. " 충무공 이순신 (李舜臣) 장군 묘소 훼손범 양순자 (楊順子.48.여.무속인) 씨와 아들 문대원 (文大.27.선박설계사) 씨가 세종대왕릉 등에도 칼을 박은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범행 동기가 갈수록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楊씨는 지난 23일 검거 직후 "어느날 李충무공이 꿈에 나타난 뒤 머리가 아파 충무공의 기 (氣) 를 끊으면 나을 것으로 보여 칼을 박았다" 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는 이들이 세종대왕 영릉 (英陵) 과 효종대왕 영릉 (寧陵)에 식칼 23개와 18개를 박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경찰은 무속인 楊씨가 점을 보러온 고객으로부터 부탁과 함께 돈을 받고 범행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예를 들면 "평소 덕수李씨 때문에 일이 잘 안풀리는데 무슨 대책이 없느냐" 고 호소하는 고객에게 "이순신장군 등 문중의 유명인들의 기를 꺾어야 해결될 것" 이란 비방 (?) 을 내렸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楊씨 모자가 너무 많은 묘에 칼과 말뚝 (총 1백67개) 을 박은데다 ▶ 평소 수입이 거의 없는데도 2백여만원이나 들여 범행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했고 ▶楊씨가 검거되자 자살을 기도했으며 ▶楊씨 집에서 유명인사 50여명의 명단이 적혀있는 메모지가 발견된 점 등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이에 따라 범행자금 출처를 캐기 위해 楊씨의 은행계좌 추적을 하는 한편 고객 신상을 파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경찰은 경기도고양의 숙종대왕릉 (서오릉) 과 전북완주 김태서 (김일성시조) 묘.경북안동 안동金씨 문중묘.충북옥천 육영수여사 조상묘 등 전국의 8개 묘소 등을 대상으로 일제점검을 벌이고 있으며 이 가운데 김태서묘에서는 피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산 = 김방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