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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뮤지컬 된 조성모 뮤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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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뮤지컬 ‘천국의 눈물’은 여주인공이 빛나는 작품이다. 여주인공 린 역의 데보라 류(왼쪽)는 섬세한 감성 연기로 관계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오른쪽은 한국 병사 ‘준’을 연기한 필리핀계 배우 파올로 몬탈반. [뉴욕=최민우 기자]


9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첼시 스튜디오. 연습실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랭크 와일드혼(51)의 신작 워크숍이 열리는 현장이다. 제목은 ‘천국의 눈물(Tears of Heaven)’.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 병사와 베트남 여성의 안타까운 사랑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와일드혼의 명성 덕분인지, 한국을 소재로 한 뮤지컬 발표회에 브로드웨이 관계자가 100여명이나 몰려 워크숍은 실제 공연을 방불케 했다.

#눈물 흘리는 배우, 기립박수친 관객

한국에선 낯선 풍경이나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워크숍 형식 발표회는 흔한 일이다. 무대세트 없이 배우들은 악보를 보면서 노래 했지만 작품 흐름과 완성도를 가늠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무대에 선 배우들 면면은 정식 무대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오페라의 유령’ 2009년 공연에서 주인공 ‘팬텀’을 연기하고 있는 존 쿠디아, ‘미녀와 야수’ ‘남태평양’의 히로인으로 빼어난 미모와 청순함을 고루 갖춘 인기 스타 데보라 류 등이 참여했다.

작품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이 큰 줄기다. 전쟁에 참전한 미군 장교 그레이슨(존 쿠디아)은 베트남 쇼걸 린(데보라 류)에게 푹 빠진다. 그러나 린의 마음은 한국 병사 준(파올로 몬탈반)에게 향해 있다. 그레이슨은 “나와 미국으로 떠나자”며 구애하지만 린의 마음은 냉랭하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그레이슨은 준을 위태로운 전장으로 투입시켜려 하고, 이를 눈치챈 린은 어쩔수 없이 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어찌보면 전형적인 신파 스토리다. 그러나 와일드혼의 고급스런 선율은 신파를 격정적인 드라마로 끌어올렸다. 린과 준의 듀엣곡 ‘달라졌네(something’s changed)’는 애틋하면서도 절절했고, 1막 엔딩곡 ‘듣고있나요(can you hear me)’는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로 중독성이 강했다. 앙상블의 폭발적인 합창곡 ‘쏟아지는 불(raining fire)’로 터질 듯 응축된 무대는 주제곡 ‘천국의 눈물’를 만나면서 회한의 처연함으로 가슴을 적셔주었다. 작품의 몰입도는 준을 연기한 필리핀계 배우 파올로 몬탈반이 마지막 곡을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는 순간 절정에 달했고, 참석자들은 진짜 공연에서처럼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조성모의 ‘아시나요’에서 출발

‘천국의 눈물’ 제작은 한국 프로듀서가 맡고 있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설도윤(51) ‘설앤컴퍼니’ 대표와 조성모·SG워너비 등을 키워낸 김광수(48)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션’ 대표가 함께 하고 있다.

와일드혼이 작곡을 하게 된 동기는 흥미롭다. “누군가 뮤직비디오를 보내왔다. 한국의 유명 가수라고 들었다. 가슴 절절한 영상이 눈길을 확 끌었다.”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비디오였다. 그는 “여기서 모티브만 얻었지 모든 노래와 스토리는 새롭게 구성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했기에 언뜻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엇비슷해 보인다. 와일드혼은 “로맨틱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미스 사이공’이 서양인의 관점이라면, ‘천국의 눈물’은 아시아인의 시각을 담아냈다”고 강조했다. 극작은 중국계 피비 황이 맡았다.

‘천국의 눈물’은 한국 뮤지컬 제작 시스템의 글로벌화를 보여준다. 설도윤 프로듀서는 “배경은 한국과 베트남이지만, 음악과 스토리는 보편적이다. 전세계 누구나 공감할 만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일드혼은 “내 음악은 보여주는 게 아니다. 가슴에서 나온다”라고 자신했다. ‘천국의 눈물’은 내년 하반기 국내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뉴욕=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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