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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8km 둑방길의 고장, 생태관광도시로 키울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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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호 12면

조영규(61·사진) 함안군수는 조금 독특한 경력을 가졌다. 경남 함안농고 졸업 후 가톨릭 사제가 되려고 신학대에 들어갔다. 그 후 월남전에 2년간 참전했다. 제대 후 검찰청 행정직으로 취직해 정구영 전 검찰총장의 비서관을 지냈다. 2006년 5·31 지방선거에 한나라당 함안군수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자신을 누르고 당선한 군수가 선거법 위반으로 군수직을 상실해 이듬해 12월 치러진 재선거에서 당선됐다. 선거운동 기간에 그는 함안을 사계절 테마 관광지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전국 최장의 ‘둑방길’을 이용하면 못할 것도 없다고 판단했단다. 검찰 직원에서 출발해 아라가야(가야 6국 중 하나로, 마산~함안 지역)의 옛 수도를 경영하고 있는 조 군수를 11일 인터뷰했다. 지역 주민들에게 그는 ‘둑방 전도사’로 통한다.

지방패트롤 조영규 함안군수

-둑방길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함안은 경남의 중심지로 1~2시간 내 유동 인구가 120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관광객으로 유인하는 것이 살길이다. 그런데 함안은 지형이 특이하다. 남고북저여서 물줄기가 남에서 북으로 흐른다. 북으로 남강과 낙동강이, 남으로 석교천·함안천·광려천 등이 있다. 이런 하천과 강을 둘러싼 모든 둑방을 합친 길이가 338㎞다. 선조들 가운데는 여기서 농사를 지은 분도 계셨지만 나는 사계절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군수로 당선되고 한 달 뒤부터 생태도시·환경도시 만들기에 착수했다. 그때 이후 함안에는 도로 포장에 쓰는 레미콘 반입이 금지됐다. 기존 시설에도 쇠못을 박는 건 불허다.”

-다른 지역의 탐방로와 다른 점은.
“지난 5월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강화 둘레길, 동해 트레일, 강진의 남도유배길 등 7곳을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탐방로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길에는 포장 구간이 있다. 자연 그대로를 느끼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함안 강과 하천변의 둑방과 둔치는 수백 년 세월에 걸쳐 자연의 생태가 그대로 보존돼 온 곳이다. 둑에서 바라보는 강물에 비치는 저녁노을, 강에서 바라보는 별과 달은 낭만적이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둑을 개발하는 이유다.”

-둑방길 개발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지난 6~7월 전국적인 공모를 통해 군내 둑방길의 이름을 ‘에코싱싱(Ecosingsing)’으로 정했다. 자연 생태를 뜻하는 Ecology와 싱그러운 자연·바람과 ‘싱싱 달린다’ ‘새가 노래한다’는 의미의 싱싱을 결합한 것이다. 27일에는 제1회 에코싱싱 둑방 마라톤 투어가 악양둔치에서 열린다. 마라톤에 관광을 결합, 둑방길을 달리면서 자연을 만끽하자는 취지다. 10월에는 둑방길을 따라가는 승마대회도 연다. ‘처녀 뱃사공’의 노랫말 발원지인 악양둔치에는 근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에 2700억원이 투입된다. 예산 확보를 위해 4대 강 살리기 사업의 하나로 신청해 놨으며 조만간 확정될 예정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 간 합병 바람이 불고 있는데….
“여기도 비슷하다. 마산·창원·진해·함안이 합치면 7대 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고 한다. 경쟁력 강화와 예산 절감 차원이다. 하지만 통합비용이 많이 든다. 또 하루아침에 역사와 정체성이 없어질지 모른다는 걱정도 든다. 좀 늦더라도 손익계산서를 갖고 해야 한다. 함안은 에너지가 분출하는 지역이고 인구도 증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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