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 문방구집 아들은 사건 해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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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귀신 잡는 방구 탐정
고재현 지음, 창비
236쪽, 9000원
초등 고학년

추리와 동화가 만났다. 이른바 추리동화다. 언뜻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선 추리란 장르가 단순한 수수께끼 풀이 구조를 벗어나 사회와 인간의 다양한 문제로 시야를 넓혔다. 여기에 요즘 아이들도 달라졌다. 디지털 세례를 받은 아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나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투의 이야기는 하품만 나오게 할 따름이다. 그런 점에서 책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어들이는 데 추리동화는 유망한 분야다. 우리 아동문학계에선 이런저런 이유로 추리동화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일단 이 책은 반갑다. 읽어 보면 반가움은 곱절로 커진다. 재미와 긴장, 교훈을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강마루. 문방구집 아들이라서 방구로 불린다. 별명은 우습고, 교실 앞줄에 앉을 정도로 키도 작은데다 말이 별로 없어 눈에 띄지 않는 아이다. 이 보통아이가 유괴되는 어린이를 구해 ‘용감한 어린이 상’을 받은 뒤 방구 탐정으로 승격했다.

책은 마루와 그 친구들이 얽힌 4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도난당한 강아지 찾기, 괴롭히는 선배에게 협박편지를 보낸 아이 찾기, 집 담벼락을 무너뜨린 뺑소니 차 찾기, 시골의 농작물 도둑 찾기인데 각각의 사건은 ‘의뢰인’인 친구들 시각에서 이야기된다.

마루는 엄마가 요리를 찍을 때 쓰는 디지털 카메라로 사건 현장과 증거물을 찍는 등 제법 CSI의 과학수사 흉내를 낸다. 그래도 사건을 푸는 열쇠는 날카로운 관찰력과 논리적인 추리력으로 마련되니 추리의 얼개를 갖춘 셈이다. 단순한 사건에서 ‘사건’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구조를 취해 읽는 이들이 계속 흥미를 유지하도록 한 배려도 눈에 띈다. 이 과정에서 어린이다운 시샘과 경쟁심도 보이고, 그들간의 갈등도 순진하게 묘사된다 . 어린이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처음 알려 주기에 맞춤한 책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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