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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가 떴다 야나체크도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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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작곡가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음반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1Q84』는 체코 작곡가 레오시 야나체크(1854~1928)의 음악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아오마메가 탄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야나체크의 ‘신포니에타’는 주차장이 돼버린 도로에 선 택시 안에서 듣기에 어울리는 음악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작곡가가 조국에 바치는 찬가인 이 음악은 소설에서 중요한 모티브로 나온다.

5월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이 10일 만에 100만부 이상 팔려나가면서 야나체크 음반에도 불이 붙었다. 지휘자 조지 셸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연주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자 1970년대에 소니뮤직에서 나왔던 음반에 날개가 돋힌 것이다. 소니뮤직 코리아의 박문선 부장은 “일본에서 지난 30년 동안 1만장 팔렸던 음반이 단 3주 새에 1만장 나갔다”고 현지 소식을 전했다. 소니뮤직 코리아도 내심 특수를 기대하며 『1Q84』 번역본 국내 발간에 3주 앞선 7월 말 음반을 내놨다. 70년대에 LP로만 나왔던 조지 셀 연주의 ‘부활’로 볼 수 있다.

음반이 책의 ‘별책부록’ 신세를 벗어나 홀로서기로 독자를 만나는 일이 잦아졌다. 음악칼럼니스트 정준호씨는 신간『이젠하임 가는 길』을 내기에 앞서 3장짜리 음반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를 발매했다. 이중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로 시작해 힌데미트의 ‘우주의 조화’로 끝나는 CD는 앞으로 나올 책의 내용을 종합하는 선곡이지만 저홀로도 상품성 있는 음반이다.

음악 평론가 안동림씨도 저서『불멸의 지휘자』에서 언급한 지휘자 12명의 연주를 음반에 담아 7월 내놨다. 오케스트라 팬들에게 세라핀·푸르트뱅글러·비첨 등 옛 지휘자 연주를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를 제공해 책과는 별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음반이 책보다 먼저 나와 독립 판매되는 것은 비교적 최근 경향이다. 2004년 출간된『다빈치 코드』관련 음반은 2년 후에 나왔다.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의 길을 걷고 쓴『순례자』가 2006년 국내 출간된 뒤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의 음반이 연관성을 띄고 재발매되기도 했다.

음반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를 낸 음반사 알레스 뮤직의 백철기 팀장은 “책과 관련한 음반들이 기존의 알려진 곡들을 모으는 수준에서 벗어나 진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책의 저자가 덜 알려진 음악을 찾아내 선보이는 것이 최근 음반들의 특징이라는 뜻이다. 야나체크의 때 아닌 대중화 역시 하루키의 음악적 안목에 대한 독자들의 믿음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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