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단편부문 본선 20편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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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지난 16일 개막된 제2회 서울여성영화제 (23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가장 큰 화제는 여성단편영화 경쟁. 68편의 출품작 중 본선에 진출한 20편의 단편영화들은 예비 여성감독들의 대단한 약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카메라를 든 여자들' 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그들의 대부분은 대학 재학생부터 졸업생까지 영화학과 출신들이 대부분이지만 대학을 졸업한 뒤 진로를 바꾼 이들부터 여섯살짜리 아이를 둔 주부까지 다양하다.

일산에 거주하는 중산층 주부들의 진솔한 고백을 담은 다큐멘터리 '있/다/없/다' (24분) 를 만든 이경희씨 (35) . "이곳은 내가 사는 일산 신도시…" 라는 이씨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이 다큐는 남편과 아이들 '뒤' 에 존재하는 주부들의 혼돈과 갈망을 포착해 보여준다.

이씨를 빼고 감독들 대부분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혼여성들이다. 자신이 여자라는 것, 그리고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등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영화들이 많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찍은 '섬' , '비온뒤' '1997 여름' 등이 그런 영화들. 영상원에서 사운드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는 송윤재씨 (25) 는 "감독의 실력보다는 성별에 대한 선입견이 여성감독 진출에 걸림돌" 이라며 "여자 마라톤이 있듯 여성감독이 장편을 못 만들 이유가 없다" 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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