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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 스케치] 국회로 옮겨간 '도둑공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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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고위층 도둑 사건' 을 비롯, 갖가지 현안이 쌓인 19일 국회는 하루종일 시끄러웠다.

특히 때를 만난 야당 의원들의 공세가 거칠게 이어졌다.

◇ 행자위 = 여야 의원들은 김강룡씨 절도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질타했다.

회의는 원래 김기재 (金杞載) 행정자치부장관을 출석시켜 추경예산안에 대한 심의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야당이 경찰청장 출석을 요구해 여야간에 입씨름이 거듭됐다.

결국 오후에 들어서야 추경 심의를 일단 간단히 마친 뒤 곧바로 경찰청장을 부르기로 합의가 이뤄졌다.

회의는 시작부터 시끄러웠다.

한나라당 정창화 (鄭昌和).이형배 (李炯培) 의원 등이 잇따라 나서 "이번 사건은 실업에 허덕이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을 안겨줬다" 며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행자부 장관은 사과하라" 고 요구했다.

金장관은 이에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송구스럽다" 며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러자 국민회의 추미애 (秋美愛) 의원이 발끈했다.

秋의원은 "김성훈 장관 집에서 김기창 (金基昶) 화백의 그림을 훔쳤다는 도둑의 말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며 "한나라당이 확대.과장한 사건에 대해 왜 장관이 사과하느냐" 며 金장관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지금 야당 의원들은 속기록용 발언을 한다" (추미애 의원) , "초선 의원이 중진 의원들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이형배 의원)" 등 거친 말싸움으로 이어졌다.

이어 김광식 (金光植) 경찰청장이 출석하자 더 뜨거워졌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사건은 초동수사 단계에서부터 축소 의혹이 있다" (全錫洪 의원) , "재정자립도가 30%도 안되는 전라북도가 그런 관사를 소유하고 있느냐" (이형배 의원) "재산이 4억원밖에 안된다는 유종근 (柳鍾根) 지사가 어떻게 1억원이 넘는 현금을 잃어버릴 수 있느냐" (李海鳳 의원) 는 등 추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유선호 (柳宣浩) 의원은 "범인은 6억원짜리 그림을 훔쳤다는데 그런 고가의 동양화는 본 적이 없다" 며 "정신나간 도둑의 말에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고 주장했다.

金청장은 축소수사 의혹에 대해 "범인은 경찰에서 조사받을 때만 해도 柳지사 집에서 미화를 훔쳤다는 진술을 일절 한 바 없고 당시 현금 3천5백만원과 패물 등 4천만원만 훔쳤다고 진술했었다" 고 답변.

또 범인이 배경환 (裵京煥) 안양서장 집에서 봉투에 든 5천8백만원을 훔쳤다고 진술했음에도 경찰이 8백만원으로 축소했다는 의혹에 대해 "범인으로부터 압수한 007가방에 봉투 21개가 있었으나 여기에 5천8백만원을 담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고 해명했다.

◇ 보건복지위 =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 관련 도시 자영업자 소득신고 자료 제출을 거부한 데 대한 공박으로 시작됐다.

한나라당 박시균 (朴是均) 의원은 "사상 최대의 민원 대란을 일으키고 국민

의 혈세를 낭비한 복지부가 국민연금 소득신고 자료 제출마저 거부하고 있다" 며 "이는 국민연금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 라고 주장. 같은 당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국민연금 실행이 가능하려면 당초 복지부가 밝힌 대로 가입자 평균 신고소득이 1백27만원이어야 한다" 며 "그러나 4백만명이 신규 가입한 뒤인 이달 초 가입자 평균 신고소득은 83만원으로 대폭 내려간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지적했다.

金의원은 또 "이렇게 될 경우 가입자들에게 원래 약속한 연금 지급이 자금 고갈로 실행될 수 없을 것" 이라며 "이같은 약점 때문에 복지부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고 따져물었다.

이에 대해 복지부측은 "도시 자영업자 소득에 대한 새로운 분석체계 마련 때문에 시일이 늦어진 것으로 21일 이후 상세한 자료를 제출하겠다" 고 답변했다.

◇ 건교위 = 대한항공기 추락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건교부측의 사고 경위를 들은 한나라당 윤원중 (尹源重) 의원 등은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고 몰아 세웠다.

그러나 같은 당 권기술 (權琪述) 의원은 "특정 항공사를 거론하며 가혹한 제재를 해서는 곤란하다" 며 "대한항공은 세계 10대 항공사로 규모가 큰 만큼 아시아나항공에 비해 사고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고 대한항공을 시종일관 두둔하기도 했다.

의원들은 또 대한항공 조종사들이 충분치 못한 훈련과 무리한 일정으로 사고가 잦다는 최근 미 월스트리트 저널지의 보도내용을 거론하며 "사고원인이 완전히 밝혀지기 전까지 대한항공의 항공기 운항을 중지시킬 용의가 없느냐" 고 추궁했다.

한편 지난 17일부터 사고현장을 방문하고 이날 귀국한 김일윤 (金一潤) 위원장 등 조사단은 보고를 통해 "화물기가 고공 1천m 내외에서 공중 폭발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 밝혔다.

조사단은 "파편이 5백m에 걸쳐 퍼져 있고 육중한 2번 엔진이 동체 지상충돌 지점에서 2백5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볼 때 공중폭발 가능성이 있다" 고 지적했다.

한편 이정무 (李廷武) 건교부장관은 "사고발생시 조종사 처벌위주에서 항공사 처벌위주로 전환하고, 올 8월부터 과징금을 1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 이라고 답변했다.

◇ 통일외교통상위 = 강인덕 (康仁德) 통일부장관에게 최근 대북 (對北) 정책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한나라당 김수한 (金守漢) 의원은 "농림부는 솔잎혹파리 방제를 지원하겠다고 하고, 한국전력은 북한에 10만㎾ 화력발전소를 지어주겠다고 하는 등 생색내기식 대북정책이 남발되고 있다" 며 "통일정책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사전에 이들 부서와 협의를 제대로 하고 있는가" 라고 따졌다.

같은 당 김덕룡 (金德龍) 의원은 "최근 정부의 주한미군 논란과 대북 비료지원 등을 지켜보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자기과시와 모호한 정책 실험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며 "이처럼 대북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라고 물었다.

자민련 박철언 (朴哲彦) 의원은 "최근 부처간 선심경쟁으로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며 "대북정책이 사전 조율되지 않고 혼선을 빚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라" 고 추궁했다.

유광종.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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