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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20주년 맞은 클래식.국악 전문채널 KBS 1FM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클래식 팬들에게 오후 시간의 동반자로 자리잡은 KBS - 1FM (93.1㎒) 의 '노래의 날개 위에' (오후4~5시) 를 맡고 있는 윤문희 (尹文姬.42) PD.글링카의 '루슬란과 루드밀라 서곡' 을 들을 때마다 그는 20년전 일이 떠올라 남다른 감회에 젖는다.

경희대 성악과를 졸업하던 해 PD공채를 위한 감상시험에서 제목을 알아 맞히지 못해 쩔쩔맸던 곡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인연' 으로 입사 후 처음 맡은 'KBS FM 희망음악' 에서 첫 곡으로 '루슬란과 루드밀라' 를 틀었다.

尹씨는 지난 2일로 개국 20주년을 맞는 국내 유일의 클래식 전문 라디오 채널 KBS - 1FM의 산증인이다.

98년 3월부터 맡고 있는 '노래의 날개 위에' 는 성악 전문 프로그램. 이 프로를 통해 국내 소개돼 '애청 클래식' 의 대열에 합류한 노래가 있다.

바로 96년 첫 전파를 탔던 줄리오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 와 벨프의 '집시소녀' 중 '대리석 집에 사는 꿈을 꾸었네' 다.

"한국인들은 차분하면서도 센티멘탈한 멜로디를 좋아하나 봐요. '아베 마리아' 는 러시아 소프라노 이네사 갈란테 특유의 우울한 음색으로 첫 전파를 탄 후 신청엽서가 쇄도했어요. " 尹씨는 애청곡을 모은 음반 '노래의 날개 위에' 2집 (EMI) 을 이달말께 출시할 예정이다.

KBS - 1FM은 음악회.음반제작 등을 통해서도 음악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개국 당시 고작 5개 프로그램이었으나 지금은 국악 4개, 클래식 16개 프로그램으로 종일 방송한다.

81년부터 FM가족음악회.FM국악무대 등을 기획했으며 라디오 특유의 기동성과 현장성.동시성을 최대한 살린 FM실황음악회로 생생한 연주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87년부터 위촉, 초연한 신작가곡은 2백20여곡. 그중 이수인의 '내 맘의 강물' , 김규환의 '축복의 노래' , 임긍수의 '강건너 봄이 오듯' , 박경규의 '대관령' 등이 애창곡으로 자리잡았다.

92년에는 최동선.백대웅.김희조.이건용 등 국내 작곡가들에게 한국 민요 주제에 의한 창작곡을 위촉했다.

'방송음악의 한국화' 를 기치로 내걸고 녹음해온 '한국 연주가 시리즈' CD도 1백종을 돌파했다.

초창기 1시간이었던 국악 프로도 4시간으로 대폭 늘인 것도 괄목할만한 성과다.

그러나 한 작곡가나 연주가를 집중 조명하는 깊이있는 프로그램이나 전곡 감상 코너가 부족하고 크로스오버나 소품 위주의 편성으로 클래식 음악이 일상생활의 배경음악 (BGM) 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재즈 전문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KBS - 1FM은 20주년 기념행사로 오는 6월12일 '25현 가야금 대축제' 에 이어 9월18일 'FM가정음악 사계' 음반 4종 출반기념 공연, 관현악곡 (10월2일).국악창작곡 (11월27일) 위촉 초연무대도 갖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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