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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재투표는 일사부재의 위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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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헌법재판소는 10일 미디어법 표결 과정에 대한 권한쟁의 사건의 공개 변론을 열었다. 민주당 국회의원 등 야당 의원 93명이 지난 7월 23일 “국회의장의 위법한 표결 처리 때문에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사건이다. 방송법 등 3개 미디어법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은 여야가 대립한 상태에서 7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공개 변론의 쟁점은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한 것이 국회의원의 권리를 침해하는지 ▶재적 과반수의 투표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투표를 종료한 뒤 재투표를 한 것이 일사부재의에 위배되는지 ▶대리 투표가 있었을 때 법률안의 효력이 있는지 등이다. 이날 변론장에는 10여 명의 여야 의원이 참석해 공방을 지켜봤다.

야당 측 대리인인 박재승 변호사는 “투표에 참석한 의원 수가 과반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표결 불성립’을 선언하고 재투표를 한 것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내에 재차 표결이 불가능한 일사부재의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법 어디에도 없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강훈 변호사 등 국회의장 측 대리인들은 “1차 표결은 ‘재적 과반수 출석’ 요건을 갖추지 못해 의결 자체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대리 투표 의혹과 관련, 야당 측은 “표결 당시 의원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투표할 수 없었고, 남의 자리에서 대신 투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회의장 측은 “대리 투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회의장 측은 “오히려 야당 의원들 중 일부가 한나라당 등 소속 국회의원들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했다”고 밝혔다.

법안에 대한 제안 설명과 질의·토론이 생략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물리력이 동원돼 정상적으로 의사를 진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제안 설명은 회의 자료 등으로 대체한다’는 의사 표시를 했으므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29일 2차 공개 변론을 열겠다”고 밝혔다. 22일엔 송두환 재판관 주재로 국회가 제출한 CCTV 화면과 방송사의 영상자료 등을 검증하게 된다.

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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