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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신용정보 판매업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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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거래처의 자금 흐름, 부도 위험 등 신용정보를 요구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났다.

거래처가 겉으로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재무상태가 나쁠 경우 도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거래처의 도산은 곧바로 거래 기업의 경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이 같은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근 협력업체에 대해 신용정보 제출을 의무화하는 기업들이 급증하고 있다. 또 건설.유통.제조 등 다양한 업종에서 기업의 신용정보가 활용되고 있다.

GM대우는 지난해부터 협력업체에 대해 공인된 기관에서 발급한 신용인증서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이 회사 구매재무부 엄중기 차장은 "부품을 제때에 납품받지 못하면 차를 생산할 수 없다"며 "협력업체들이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신용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GM대우는 이 같은 신용정보 자료를 1500개 부품.장비업체로부터 제출받고 있다.

삼성물산 구매지원실 이시권 차장은 "3년전부터 시작해 현재 500개 협력업체로부터 신용정보를 제출받고 있다"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이 대부분 전문 건설업체로 한번 계약하면 1~2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객관적인 신용정보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이 차장은 "공사 도중 협력업체 가운데 한곳이라도 망하면 공사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된다"며 "공인된 신용인증서를 받은 뒤로는 협력업체들의 신용도가 많이 올라갔고 신용도를 검증받으면 금융거래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협력업체들이 늘고 있어 적극적으로 신용정보를 제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올 5월 국내 백화점 최초로 신용인증서를 받기 시작했다. 이 회사 박선 과장은 "입점업체들의 신용이 우량해야 상품의 질을 높이고 고객 불만도 줄일 수 있다"며 "현재 200개사에서 받았으나 앞으로는 1200개 전체 협력업체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거래처의 신용정보를 찾는 기업들이 급증하자 신용정보회사들이 바빠졌다. 국내 최대의 기업 신용정보(CB)를 확보하고 있는 신용보증기금은 기업CB를 발급받은 업체가 2001년 1115개사에서 올해 2만5000개사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용정보를 활용하는 대기업도 같은 기간 2개사에서 7월 말 현재 108개 업체로 증가했다. 신보가 확보한 기업CB도 올 6월 현재 57만1920개사에 달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거래처의 신용정보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거래처 부도에 따른 연쇄도산 가능성을 통지해 주는 거래위험보고서도 인기"라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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