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춘의 덫' 숱한 화제속 막내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청춘의 덫' 은 불꽃이었다. 첫 시청률 16.8%로 꺼질듯 말듯 하다 3회를 지나면서 달아올라 20%대를 훌쩍 넘더니 10회에 이르러 30%의 벽을 깨면서 불길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후 윤희의 복수극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16회에선 가열의 가속도를 주체하지 못하는 듯 48.2%까지 숨가쁘게 뛰어올랐다.

드라마가 타고 난 자리에 남은 건 재만이 아니다. 줄곧 TV를 껴안고 지켜봤던 시청자들의 가슴마다 아련한 화상자국을 깊이 새겼기 때문이다.

지난 1월27일부터 방영돼 '심은하 신드롬' 을 불러 일으키며 세간의 화제가 됐던 SBS 수목드라마 '청춘의 덫' 이 15일 24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사실 줄거리만 본다면 뻔한 이야기다. 사랑하던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 그것도 착한 여자가 아이까지 잃고 복수에 나선다는 내용. 지극히 신파조에다 너무나 통속적인 틀에 갇힌 드라마다.

하지만 '시대를 뛰어넘어서 언제나 먹히는게 통속성이지' 란 한마디로 드라마 성공 이유를 둘러대기엔 설명이 빈약한 것도 사실이다.

'청춘의 덫' 을 한꺼풀 벗겨 보자. 마치 껌을 씹듯이 시청자들이 대사의 뒷맛을 되씹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대본의 힘이다. 김수현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이 대사의 끝자락마다 복병처럼 숨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신파적 상황과 인물 설정이 가세해 화면에 대한 집중력을 배가 시킨다.

또 등장 인물의 관계 설정도 다층적이다. 남의 사람을 앗아간다는 면에서 영주는 어느덧 싫어하는 어머니를 닮아있고, 야망을 위해 사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동우는 또 영주의 어머니에 닿아있다.

이런 관계들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대사들은 해석의 울림이 한결 깊을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건 심은하의 연기다. 윤희는 드라마의 중심에 선 인물. 광기서린 눈빛으로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야 했던 윤희의 캐릭터를 십분 소화해 냈다.

한동안 '청춘의 덫' 의 빈 자리를 허전해 할 시청자가 생각보다 많을 것 같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