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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조합 결성 붐…가구·패션등 특화 쇼핑명소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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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9일 국내 최대 가구점 밀집지대인 서울 논현동 '가구거리' 의 한 음식점에 이 동네 50여개 가구점 주인들이 모였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오는 16일부터 25일까지 열흘간 공동 바겐세일을 하기로 결정했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제 살 길 찾기에 바빴던 가구점들이 이렇게 하나가 된 것은 지난달 4일 '논현가구거리 상점가 진흥조합' 이 결성되면서부터다.

이처럼 '뭉쳐야 산다' 는 구호 아래 특정 상품에 특화된 거리를 만들려는 '상점가 진흥조합' 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다.

지난달 방이동 상가 (서울) 70여개 점포주들이 조합 결성을 추진키로 결의했고, 신포상가 (인천).죽도상가 (포항) 등이 적극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주무 부처인 중소기업청에도 대구.서귀포.광양.고령 등으로부터 조합설립 절차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논현조합 이경희 이사장 (영동가구 대표) 은 "외환위기가 몰고 온 불황의 늪을 헤쳐 나가기 위해선 개별 기업체뿐 아니라 상권 역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상인들간에 번졌기 때문" 이라고 풀이했다.

◇ 상점가 진흥조합 설립 붐 = 상점가 진흥조합은 현재 서울에만 5곳 설립돼 있다.

▶논현 가구상가를 비롯해 ▶문정동 로데오거리 (패션) ▶잠실동 백제고분로 (잡화) ▶같은 동 올림픽 상가 (잡화) ▶한강로 용산전자단지 (가전) 등.

'진흥조합' 은 50개 점포 이상의 상가중 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쳐야 하고 설립 후 중소기업협동조합으로서 각종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정단체. 재래시장 번영회나 일반 상우회와 다르다. 월회비는 5천~5만원 정도.

97년 11월 설립돼 진흥조합 1호로 등록된 문정동 로데오거리는 자치활동이 가장 활발한 곳으로 꼽힌다.

국내외 유명 패션브랜드 할인점 1백40여개가 밀집한 이곳은 조합 출범 초기 2백76개 국내 여행사에 "외국인 단체관광 코스에 넣어달라" 는 협조공문을 일일이 보내고 노상주차장 설치.이벤트 개최 등을 통해 손님을 끌어 모으고 있다.

그 결과 하루 평균 관광버스 20여대 8백여명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국제적 쇼핑명소로 발돋움했다.

논현조합 역시 전통가구를 통해 외국손님 끌기에 나설 계획.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차 없는 거리' 를 만들어 판로가 시원찮은 우수 전통공예 기능 보유자의 가구제품을 판매하는 장터로 삼겠다는 것.

수출용 전통가구를 공동브랜드로 개발해 조합 명의로 세계가구박람회에 출품하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조합원이 무려 1천2백여명에 달하는 용산조합은 이태원과 연계, 외국인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용산조합은 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를 통해 제품가격 낮추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덕훈 이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 매크로시티 상점협의회 등 외국 상인단체와 제휴해 용산상가를 외국에도 널리 알리겠다" 고 말했다.

◇ 지자체 협조가 필수 = 박창교 중소기업청 유통개선과장은 "진흥조합을 만들려면 우선 상인들의 자발적 의지가 필요하지만 해당 지방관서가 지역발전을 위해 얼마나 앞장서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 강조했다.

다양한 행정서비스로 이미 정평이 있는 서울송파구에 진흥조합이 세곳이나 있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로데오조합 김성일 이사장은 "조합결성 이후 송파구청이 보도블럭 교체.광고물 정비 같은 민원에 매우 협조적이어서 상가활성화 사업을 벌이기가 쉬웠다" 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자체 경영기술지원단의 유통전문가를 조합에 파견해 경영자문.상권분석.고객관리기법 교육 등을 해주고 있다.

또 점포 시설개선과 관련된 자금을 업체당 5천만원 한도 내에서 연리 7.5% 조건으로 지원한다. 문의는 042 - 481 - 4476~9.

홍승일.김남중.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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