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의 자궁을 탈출하는 동안
새끼는 아직 물렁한 뼈와
보이지 않는 눈을 감고 있었다
편안한 잠을 몰고 오던 에미의 숨소리
귓속을 들들거리던 핏물소리
어느 순간 잃어버렸는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물길 위에서 새끼는
최초의 바람소리를 들은 듯하다
- 김윤배 (金潤培.55) '햇살, 눈부시게 태어나다' 중
한 마리의 짐승이 어미의 몸으로부터 태어나는 광경을 서술적으로 그려낸다.
별 기교도 없이 듬성듬성 말을 잇대어 다룬다.
깍두기와 깍두기 썰고 남은 무 한 도막 같이 든든하다.
세상에 나오기 전의 자궁 속과 세상에의 첫 낯선 바가 전생과 금생을 나누어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갈 때의 경험은 그것이 처음이므로 상상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시의 재미는 한 마리 갓난 짐승이 햇살이라는 것에 있다.
햇살의 생물화!
고은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