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여성교장모임 민들레회 한문교실.병원봉사등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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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늙은이 오라는 데 없어도 갈 곳은 많아요. 1주일 내내 쉴 틈이 없지요. " 8일 오후 서울중앙병원 자원봉사실. 점잖아 보이는 할머니 6명이 익숙한 솜씨로 수술용 거즈를 접고 있다.

초등학교 교장 출신 70대 할머니들로 구성된 자원봉사 모임 '민들레회' 회원들이다.

회원 15명중 나머지 사람들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같은 활동을 하는 중이다.

회장 정영남 (鄭暎男.74) 할머니는 병원.학교.도서관 등 요일별 봉사활동 장소가 빼곡이 적힌 수첩을 내보이며 "나 아주 바쁜 몸이에요" 라며 수줍게 웃었다.

鄭할머니뿐만 아니라 회원 모두가 주중에는 집에서 쉬는 날이 없다.

월.수.금요일은 병원에서, 다른 요일은 동사무소.중학교.유엔아동기금 (유니세프) 등지에서 직장인 못지 않은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생 국가의 녹 (祿) 을 먹었는데 뭔가 보답해야죠. " 경력이 예사롭지 않다보니 모임도 자연스럽게 결성됐다.

친분이 있던 몇몇이 만나 "잡담이나 나눌 바에야 좋은 일 한번 해보자" 며 옛 동지들을 규합한 것. 97년초 모임을 만들고 송파자원봉사센터에도 등록했다.

회원들은 2~3명씩 짝을 이뤄 중곡3.반포4 동사무소에 청소년들을 위한 한문교실과 송파노인복지관에 일어교실을 열었다.

그래도 가르치는 게 제일 자신있기 때문이다.

유태희 (兪泰喜.74) 할머니는 "늙었다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노인네가 가장 한심스럽다" 며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 때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 고 강조했다.

"취미든 봉사활동이든 모임에 참가해 소속감을 갖는 게 중요하죠. 아름다운 노년을 만들기 위해선 일해야 합니다. "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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