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백혈병 후배 살린 '선배들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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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연세대 생활과학부 1년 휴학생인 이지원 (22.여) 씨는 7일로 퇴원 20일째를 맞았다.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며 자신을 도와준 동문 선배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고3 때 완쾌됐다고 생각했던 급성 임파구성 백혈병이 재발한 것은 지난해 11월. 고통스런 항암치료와 막대한 치료비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 지난 1월 8일 강동성심병원에 입원했다.

"졸업할 수 있을까요. 한 학기만이라도 더 다닐 수 있다면…. " 李씨의

절망적인 전화를 받은 선배 김현수 (24.행정) 씨는 PC통신 넷츠고 연세대동호회 게시판에 안타까운 사연을 올렸다.

이 소식에 홍영민 (29.연세대의대 신경정신과) 씨 등 연세대 선배들은 한 생명을 구하자며 홈페이지까지 만들어 '지원이 돕기' 에 발벗고 나섰다.

李씨가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필요한 혈소판 수혈을 위해 A형 수혈자를 모집했고 혈액형이 A형이 아닌 동문들을 대상으로 헌혈증 2백여개를 모아 전달했다.

골수성 백혈병과 폐렴까지 겹쳐 아침 저녁으로 40도의 고열에 시달리며 가망이 없어 보일 때는 소독 마스크까지 준비해 李씨를 병문안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심어줬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 올 때 선배들의 따뜻한 한마디가 큰 힘이 됐습니다.

" 이후 그는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해 갔다.

2만개를 밑돌던 혈소판이 4만개를 넘었다.

아직 정상치 (15만개) 는 아니지만 항생제를 끊고 견딜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고 있다.

그는 "동문 선배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반드시 일어서겠다" 고 다짐했다.

이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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