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주문 밀려 공장 풀가동…해외 경쟁업체는 침체 못 벗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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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매탄동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지난달 말 방문한 공장에서는 LED TV를 조립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임현재 과장은 “올여름 10여 년 만에 처음 주말 특근을 했다”고 말했다.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에는 하루 두 시간씩의 연장 근무만으로도 부족했다는 것이다.

경남 창원시의 LG전자 창원 2공장도 세탁기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평일 저녁 잔업은 물론 주말에도 공장을 가동 중이다. 세탁기 생산그룹장인 김운태 부장은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해 연말보다 50% 이상 생산량이 늘었다”며 “지금은 금융위기 이전 상태를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위축됐던 한국 전자업계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9000억원의 손실을 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의 적자였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반도체·액정(LCD)조차 가격이 반토막나는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하이닉스가 6000억원, LG디스플레이는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적자 폭이 2009년 1분기에 1조원 이상으로 늘어나고 LG전자도 흑자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 들어 한국 전자업계는 놀라운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흑자로 돌아서더니 2분기에는 2조원이 넘는 흑자를 냈다. LG전자는 2분기에 사상 최초로 1조원 이익을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공장가동률이 80%까지 낮아지며 적자에 허덕이던 LG디스플레이도 올 2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고, 하이닉스도 주력 제품인 플래시메모리에 이어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3분기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해외 경쟁 업체들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 소니는 TV 판매가 삼성 등에 밀리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비디오 게임기 수요가 줄면서 올 2분기에 4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엘피다, 대만 난야 등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전자업체들이 선전하는 비결은 그동안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한 데다 디자인·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경우 해외 경쟁사보다 2~3년 앞선 공정기술을 갖고 있다.

LCD 기술력도 크게 앞서 있다. 한국 은 가로 2.5m, 세로 2.2m 크기의 원판 유리를 가공해 40·42인치 패널을 한꺼번에 8장씩 찍을 수 있는 8세대 공장을 삼성은 2년 전부터, LG는 지난해부터 가동하고 있다. 해외 업체는 일본 샤프를 제외하면 원판 유리 면적이 절반 수준인 6세대 라인이 대부분이다.

베를린·수원=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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