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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상아탑 벤처 새 물결 인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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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고려대 김석기 (金錫基.50) 전자공학과 교수는 요즘 본업이 둘이다. 대학교수로 학생을 가르치고 연구하랴, 또 한편으론 벤처기업인 안암미디어의 대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회사 경영하랴 몸이 두개라도 모자란다.

그는 지난해 고대 김민기 (정보공학부) 교수.서경대 김진헌 (컴퓨터공학) 교수 및 학생 20여명과 함께 보안시스템을 개발하는 안암미디어를 창업했다.

사무실 겸 공장은 학교 앞 자신의 연구실인 반도체기술연구소에 장만했다. 그는 오전 8시쯤 '회사겸 연구실' 로 출근, 상황을 점검한 뒤 교수로 변신해 강의에 들어갔다가 저녁에는 다시 사장으로 회사일을 본 후 오후 11시쯤 퇴근한다.

안암미디어는 이미 가정.편의점용 보안시스템을 개발한데 이어 올해안에 5가지의 제품을 추가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일본 히타치사로부터 개발의뢰가 들어올 정도. 올해 3억원, 내년에는 20억원 매출이 예상된다.

'실험실 벤처' 창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실험실 벤처란 교수.학생들이 현직을 갖고 대학 실험실을 바로 사무실이나 공장으로 활용, 창업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 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으로 종전에는 어려웠던 교수.연구원의 벤처기업 겸직이 쉬워지고 창업 자본금도 5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한결 활기를 띠고 있다.

또 과거에는 공장은 공단이나 지정 건물로 제한됐으나 이제는 실험실을 바로 공장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 활발한 실험실 창업 = 중기청에 따르면 실험실 창업은 현재 50여개를 웃도는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대만도 20여개나 된다. 이중 기계항공공학부 박희재 (朴喜載) 교수가 석.박사과정 학생 20여명과 공동창업한 'SNU 프레시전' 은 이미 산업용컴퓨터인 자동입체보정장치를 개발, 삼성항공.인하대 등에 납품했고 영국의 'CD메저먼트' 사 등에서 주문이 들어온 상태. 朴교수는 최근 'R&D' 란 정밀이송장치 개발 실험실벤처를 또 창업했다.

지방에서도 열기가 뜨겁다.

▶ '까치네' 라는 검색엔진을 개발, 창업한 대구대 김희철.이용두 교수팀의 '까치네 시스템' ▶동영상 압축기술을 연구하는 전남대 김영민 교수팀의 '하이칩스' ▶영상입력.처리시스템을 개발하는 경북대 박종식 교수팀의 '㈜캐츠' 등이 벤처신화에 도전 중이다.

◇ 이점은 무엇 = 대학.연구소에 있는 3만2천여명의 박사급 고급인력 (전체 박사인력의 87%) 과 첨단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점. 서울대 박희재 교수는 "학교장비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국내외 기술.정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현장기술에다 창업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안암미디어의 권상호 (權湘昊.서경대 컴퓨터공학과4) 군은 "실습의 기회를 갖는 한편 벤처기업가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실험실 창업에 합류했다" 고 말했다.

대학도 장비를 빌려주면 임대료 등의 명목으로 지분을 받는 스톡옵션의 이점이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

벤처기업협회 유용호 (柳龍昊) 기획조정실장은 "올해 각 대학에서 한 곳씩만 창업할 경우 고용효과만 9천여명에 달하고 한 학과에서 한 곳씩 창업하면 5만1천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고 분석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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