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고향을 방문한 김영삼 (金泳三.YS) 전대통령은 완전히 야당투사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통영 충무관광호텔에서 가진 만찬에서 YS는 간간이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꺼내보며 현정부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날 발언이 즉흥적인 '사고성 발언' 은 아님을 짐작케 했다.
YS는 DJ를 독재자란 표현까지 써가며 원색 비난했다. 일제치하와 해방후 독재정권과의 투쟁사를 떠올리며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느냐" 고 반문했다. 지금이 그때와 뭐가 다르냐는 투다.
YS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고문당하고 있으며 우리에겐 전화로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자유도 없다" 고 단정했다.
최근 잇따랐던 재.보선과 관련, "돈.관권.폭력 등 모든 부정을 동원한 더러운 선거" 라며 "이겼지만 진거나 마찬가지" 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DJ를 빗대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정권" 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출세하니 세계에도, 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어린이에게도 부끄러운 일" 이라고까지 했다.
한.일어업협정에 대해선 "영토를 팔아먹은 매국행위" 이고 "국가적 수치" 라며 정부의 실정 (失政) 을 부각했다.
고향에서 쏟아놓은 YS의 험구는 불가피하게 현정권과의 정면대결로 이어지리란 관측이다.
YS가 이를 노린 측면도 있다. 퇴임후 한동안은 '등산정치' 를, 경제청문회를 전후해서는 노골적으로 '만찬정치' 를 벌여온 YS다.이제 '대문밖' 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참이다.
그 접점을 YS는 'DJ비난' 으로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앞서 YS는 자신의 고향방문이 정치재개로 비춰진데 대해 "평생 정치를 해온 사람이니 조상묘에 성묘하는 것조차 정치행위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고 동행한 김광일 (金光一) 전비서실장은 귀띔했다.
자신의 발언과 잇따른 행보가 낳은 파장까지 미리 계산에 넣었음을 짐작케 했다.
YS는 "마음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일부만 하게 됐다" 며 여운을 남겼다. 제2, 제3의 파상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부산을 방문한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국해양대 강연 등을 통해 YS의 재임기간 중 공적을 긍정적으로 평가, "진화용 덕담이 아니냐" 는 관측을 낳았다.
거제 = 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