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고향서 정치재개 신호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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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일 고향을 방문한 김영삼 (金泳三.YS) 전대통령은 완전히 야당투사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통영 충무관광호텔에서 가진 만찬에서 YS는 간간이 미리 준비해온 메모를 꺼내보며 현정부에 대한 비난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날 발언이 즉흥적인 '사고성 발언' 은 아님을 짐작케 했다.

YS는 DJ를 독재자란 표현까지 써가며 원색 비난했다. 일제치하와 해방후 독재정권과의 투쟁사를 떠올리며 "민주주의를 위해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느냐" 고 반문했다. 지금이 그때와 뭐가 다르냐는 투다.

YS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고문당하고 있으며 우리에겐 전화로 마음대로 얘기할 수 있는 자유도 없다" 고 단정했다.

최근 잇따랐던 재.보선과 관련, "돈.관권.폭력 등 모든 부정을 동원한 더러운 선거" 라며 "이겼지만 진거나 마찬가지" 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DJ를 빗대 "입만 열면 거짓말하는 정권" 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거짓말 잘 하는 사람이 출세하니 세계에도, 또 모범을 보여야 하는 어린이에게도 부끄러운 일" 이라고까지 했다.

한.일어업협정에 대해선 "영토를 팔아먹은 매국행위" 이고 "국가적 수치" 라며 정부의 실정 (失政) 을 부각했다.

고향에서 쏟아놓은 YS의 험구는 불가피하게 현정권과의 정면대결로 이어지리란 관측이다.

YS가 이를 노린 측면도 있다. 퇴임후 한동안은 '등산정치' 를, 경제청문회를 전후해서는 노골적으로 '만찬정치' 를 벌여온 YS다.이제 '대문밖' 으로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참이다.

그 접점을 YS는 'DJ비난' 으로 시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에 앞서 YS는 자신의 고향방문이 정치재개로 비춰진데 대해 "평생 정치를 해온 사람이니 조상묘에 성묘하는 것조차 정치행위로 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고 말했다고 동행한 김광일 (金光一) 전비서실장은 귀띔했다.

자신의 발언과 잇따른 행보가 낳은 파장까지 미리 계산에 넣었음을 짐작케 했다.

YS는 "마음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일부만 하게 됐다" 며 여운을 남겼다. 제2, 제3의 파상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이날 부산을 방문한 김정길 (金正吉)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국해양대 강연 등을 통해 YS의 재임기간 중 공적을 긍정적으로 평가, "진화용 덕담이 아니냐" 는 관측을 낳았다.

거제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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