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두차례 장병.전경에 김치전달 장대환씨 부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남들에게 알리려고 하는 일이 아닌데…김치 조금 담가주는 일이 무슨 대수라고" . 몇차례의 고사 끝에 취재진을 만난 장대환 (張大煥.62).곽준자 (郭俊子.58) 씨 부부. 경기도양주군장흥면교현리에서 젖소를 키우며 농사를 짓는 이들은 오는 7일이 무척 기다려진다고 했다.

이날 받는 우유 대금중 10만원을 떼내 재료를 사서 김치 20포기를 담가 송추검문소에 전달할 예정이다.

동네에서 '사랑의 김치부부' 으로 불리는 이들이 검문소에 김치를 전달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5년 겨울부터. 살을 에는 추위 속에 밤 근무 후 라면을 끓여 먹는 군인과 전경들이 안스러워 집에 있는 김치를 한 그릇 퍼다 주었다.

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본 후 15년째 정기적으로 김치를 담가주고 있다.

처음 4년 동안은 수시로 집에 있는 김치를 가져다 주는 한편 김장철이 되면 한번에 2백여 포기 씩 김치를 담가줬다.

장흥면 이장단 협의회장으로 뽑힌 지난 89년부터는 일년 내내 매월 두차례씩 싱싱한 김치를 40포기씩 담가 20여명의 장병과 전경에게 전하고 있다.

"제대한 장병과 전경들이 들러 인사하거나 길에서 만나 고마움을 전할 때 가장 흐뭇하다" 고 張씨 부부는 말했다.

지난해 수해로 집과 논 2천평이 물에 잠기는 데다 사료난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릴 당시에도 선행을 거르지 않았다.

의정부경찰서 장흥파출소 신오환 (申五煥.57.경위) 소장은 "이 분들의 노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도 더욱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고 말했다.

추석.설등 명절이면 검문소 장병과 경찰관들을 집으로 초대해 떡국 등으로 함께 식사하는 일도 거르지 않는 張씨 부부는 "김치 담글 힘이 남아 있는한 이 일을 계속할 것" 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전익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