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피플] 한진해운 장비관리팀 박나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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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금녀 (禁女) 의 영역' 으로 인식돼 온 해운업계에서 남성과 어깨를 겨루며 뛰고 있는 맹렬 여성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올 1월 한국 여성으론 처음으로 국제 컨테이너 검사자격증을 딴 박나영 (24.한진해운 장비관리팀) 씨.

국제 컨테이너 임대사협회 (IICL) 주관으로 년 1회 치러지는 자격 시험은 5과목 모두 영어로 치러지며, 국내 자격증 소지자가 13명뿐일 정도로 만만찮은데 입사 1년여인 새내기 박씨가 통과한 것.

"문과 (독문학 전공) 졸업후 입사하고 보니 용어조차 모두 생소해 당황스러웠어요. 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출 생각으로 자격증에 도전했죠. " 하지만 어려움이 많았다.

퇴근 후 졸린 눈을 부벼가며 시험준비를 했고, 책만으로 이해하기 힘들 때는 인천과 부곡의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달려가 현장 실습을 자청하는 등 억척을 보이기도 했다.

8명의 팀원 중 홍일점인 그녀의 주요 업무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22여만개의 한진해운 컨테이너를 해외 용역업체들이 제대로 검사.수리해 주는지 검증하는 것.

이젠 용역업체 측에서 인터넷으로 전송해 주는 컨테이너 사진만 보고도 '이상' 여부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베테랑이 됐다.

이 과정에서 낭비를 없애 연간 8백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는 게 회사측의 자랑. 朴씨의 최대 강점은 어학. 해외 근무를 하는 아버지를 따라 초등.중학교 8년을 독일에서 보내 영어.독일어에 능통하다.

그녀는 "해운업 장비관리 부문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할 생각" 이라며 "기회가 주어지면 해외지사 주재원으로 나가 세계 무대에서 열심히 일하는 한국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고 포부를 밝혔다.

한진해운에는 이밖에도 여성 주재원을 금기시하는 해운업계 관행을 깨뜨리고 지난 97년 처음으로 싱가포르 주재원으로 나간 장현희 (27) 대리와 유일한 세일즈 우먼인 박미선 (28) 대리 등이 있다.

현재 해운업계에서 '남성의 영역' 에 근무하는 여성은 모두 20여명. 지난 95년 여성 해기사 (항해사와 기관사)가 첫 등장한 이후 4년만의 일이다.

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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