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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 100만 명 블로그 인기 ‘아줌마 수다체’ 덕 좀 봤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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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조인스닷컴 파워블로거에서 저자 겸 일인 출판사 대표로 변신한 최문정(42)씨. 주부들의 일상을 포복절도할 웃음과 코끝 찡한 페이소스로 버무려내는 글솜씨로 111만 명 ‘독자’를 끌어들였다. [조문규 기자]

‘아줌마는 과연 힘이 세다.’ 신생 출판사 여울샘의 최문정(42) 대표를 보며 든 생각이다. 전업주부가 출판사를, 그것도 혼자서 창업했으니 씩씩하달밖에. 하지만 최 대표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다.

조인스닷컴에서 ‘여울샘의 TALK Talk talk’란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인기가 하늘을 찌르기 때문이다. 2007년 문을 연 뒤 2년여 만에 총 방문객이 100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에 힘입어 아예 출판사를 차리고 자기 글을 묶어 덜컥 두 권의 책을 냈다. 남편을 소재로 한『박서방은 531개월』과 친정엄마와의 에피소드를 담은『엄마! 뭐 하슈?』다. 한다하는 기존 출판사들도 책이 안팔려 비명을 지르는 요즘, 겁 없이 책을 내고는 난생 처음 서점 영업을 다니느라 바쁜 최 대표를 만났다.

-블로그와의 인연은.

“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 생활을 할 때 컴퓨터와 인연을 맺었다. 살다 보면 쌓이는 게 많잖은가. 동네아줌마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면 소문이 나지만 온라인은 익명성이 보장되니까 편하더라. 1999년 PC통신 나우누리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으니 10년이 됐다. ”

이후 그는 사이버주부대학· 여자와닷컴 등에서 필명을 날리다 “언론사 포털 중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조인스닷컴으로 옮겨왔다.

-본인 글의 인기가 높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 글을 ‘수다체’라고 하더라. 특별하게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정색을 한 글에선 다루지 않는 일상 이야기를 마주 앉아 대화하듯 쓰니 읽는 분들이 편안해 하고 공감하는 게 아닐까.”

이건 겸양이다. 그는 심금을 건드리는 글솜씨를 지녔다. 한때는 선물에 혹해서 방송사에 청취자 응모엽서를 보내 짭짤하게 재미도 봤단다. 경품을 받아 집안 가구를 몽땅 바꾸고 동생 웨딩드레스도 마련해 줄 정도였다. 결국 방송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은 하되 상품을 드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끝에 온라인 글쓰기로 바꿨다니 말이다.

예를 들면 병원비가 아까워 혓바늘이 돋아도 물파스를 바르고 말 정도로 절약정신이 투철한 부친 이야기에는 웃음이 넘친다. 그 자린고비 부친이 이쑤시개 ‘껍질’을 버렸다고 식구들을 닦달하자 모친이 ‘반기’를 든다. 부친이 고스톱에서 십 만원을 잃고 온 사실을 들어 모친은 “푼돈 아껴 목돈 날리는 특이한 재주도 갖고 계신다”는 등 걸죽하게 꼬집는 대목을 읽다보면 뒤집어진다.

그러면서 “그동안은 부부싸움을 하면 엄마가 찾아왔는데 이런 식으로 가면 머지않아 아버지가 하소연하러 오실 가능성이 있다”는 저자의 능청에선 남의 일 같지 않은 느낌을 갖게 된다. 그런가 하면 짠한 글도 있다. 어린 시절 모처럼 주전부리를 사주겠다는 모친의 말을 듣고도 사탕이나 초콜릿 대신 평소 먹던 가지를 사달라 했다는 ‘가지의 추억’ 같은 것이 그렇다.

-가족을 다루다 보니 ‘출연자’들이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남편은 ‘남들이 날 보면 실실 웃는다’고 하는데 그리 싫지 않은 눈치고, 초등학생인 아들은 ‘너무 적나라해서 할머니가 안 좋아 하실 것 같은데 허락은 받았느냐’고만 하더라.”

웃음의 대상이 되긴 했지만 밝고 건강하게 그려진 덕분이지 싶다.

-저자로 만족하지 않고 출판사를 차린 이유는.

“솔직히 출판 제안이 올줄 알았다. 그런데 번듯한 출판사에선 연락이 오지 않는데다가 주변에서 글이 재미 있으니 스스로 책을 내보라고 부추기기에 마음이 움직였다.”

글 자체보다는 학력을 따지는 풍토에도 마음이 적잖이 상한 눈치였다. 해서 지난 4월 출판사 등록을 하고는 7월에 집이 있는 수원에 사무실을 구했단다. 경영자로서 순탄하지만은 않을 그의 꿈이 궁금했다.

“아이(남매)들 이야기를 모은 『맹자엄마, 돈 줘도 안 해』를 준비 중이다. 길게는 좋은 글을 쓰는 무명 작가를 발굴하고 싶다.”

김성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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