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인생] 광주 녹색소비자문제연구소 김성희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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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두려움을 모르는 어린아이 같다. " 변호사의 불공정 약관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시정조치를 최근 이끌어 낸 광주 녹색소비자문제연구원 (녹소연) 김성희 (金聖姬.44.여) 원장은 지난 1년간 이 말을 수없이 듣고 지냈다.

"법률서비스와 관련한 소비자의 권리를 요구했던 거예요. 하지만 특권의식에 젖어 있던 일부 변호사들은 용납할 수 없었던 거지요. " 金원장이 공정위에 변호사들의 불공정 약관 심사를 요청한 것은 지난해 8월. 같은 해 3월부터 변호사 과다수임료에 대한 소비자 고발창구를 열어 중재 등을 통해 환불을 받아내고 있었다.

지난해 말까지 20여명의 변호사로부터 70만~3천만원씩 모두 2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변호사들이 약관을 들어 과다수임료 반환을 거절하자 공정위의 판단을 요구하고 나선 것. 공정위는 결국 올 3월 중순 착수금 불 (不) 반환조항 등을 포함하고 있는 변호사 약정서를 고치도록 해당 변호사와 대한변협에 통보, '녹소연' 의 손을 들어줬다.

녹소연은 전국 소비자단체 중 예산으로 볼 때 제일 작은 단체에 불과하지만 만만치 않은 활동을 하고 있어 '벤처 소비자단체' 라는 별명을 얻었다.

상근 자원봉사자 6명 규모의 녹소연 한 달 운영비가 사무실 임대료를 제외하고 40만~50만원. 운영비의 절반이 전화사용료다.

이면지 사용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울에도 사무실 난로를 켜지않고 두꺼운 옷을 껴입고 일할 정도다.

金원장은 강연.원고료 등을 활동비로 충당한다.

자원봉사자 중 4명이 주부며 2명은 최근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 변호사와 교수.손해사정인 등이 외부전문가로 자문에 응하고 있다.

녹소연에 접수되는 소비자 피해사례는 한 달 평균 5백여건. 지난해에만 언론사에 50여차례에 걸쳐 보도자료를 냈다.

교사 촌지.참고서 가격.주유소 담합.경마장 장외발매소 문제 등을 본격 거론,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이익단체나 이해관계인 등으로부터 협박과 회유도 적지 않았다.

金원장은 "시민단체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헝그리 정신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소비자편에 서서 제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金원장은 올들어 기업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어떤 후원금도 받는 것을 거절했다.

그 대신 회보 등을 발간, 회원 (2백30명) 등으로부터 1만원 내에서 연회비를 받을 예정이며 식품 등 분야별 자원봉사자를 더 많이 구하고 있다.

그는 전남대 가정교육과 (석사) 를 나와 서울에서 86년 한국부인회 등을 통해 소비자운동을 시작해 96년 2월 광주 녹소연을 만든 이후 잇따른 사회 쟁점을 만들어내 주목받아 왔다.

金원장은 "소비자 단체도 이제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해야 하며 아이디어로 평가받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의사인 남편과 3녀를 두고 있다.

062 - 372 - 0550.

광주 =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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